[기자수첩]토종 IT기업이 지역 성장 중심

정재훈 전국부 기자
정재훈 전국부 기자

“국내외 유망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토종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는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지역 기업 대표의 하소연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연초가 되면 한 해 동안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 투자 유치를 끌어냈다는 홍보성 자료를 내놓는다. 투자 유치 성과는 해당 지자체장 치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이미 민선 7기 출범 이후 수조원대 투자 유치 실적을 거뒀다고 홍보하고 있다. 정부도 지방 투자 촉진 사업 종합평가제도를 통해 지방 투자 유치 경쟁에 불을 붙인다. 투자 유치는 좋은 일이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 이전과 투자 유치를 저울질하는 기업에 해당 지자체는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행정 지원을 약속한다. 투자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지자체는 외지 기업 특혜 논란이 벌어질 정도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투자 유치에 쏟는 열정과 반비례해서 토종 기업에 대한 관심도는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이다. 지방에서 창업해 오랫동안 기업 활동을 해 온 정보기술(IT) 기업의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토종 IT 기업에 제공하는 어떤 인센티브나 혜택을 제공하는 지자체는 드물다. 토종 IT 기업이 지방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방에서 창업해 어느 정도 성장하면 본사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이 공공연한 순서가 된 지 오래다.

대구는 중견 IT 기업 상당수가 본사 주소만 대구에 두고 실질적인 기업 활동은 수도권에서 하고 있다. 본사 기능이 수도권에 있는 셈이다. 법인세만 지방에 내고 있을 뿐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에는 보탬이 안 되는, 무늬만 지방 기업이다.

토종 IT 기업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지자체는 외지의 굵직한 IT 기업을 파격의 혜택으로 끌어오는 것에 앞서 토종 IT 기업이 지방을 토대로 하여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들 기업이 지방에 자리 잡고, 그 지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과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IT 산업 생태계를 일구는 지자체 차원의 기업 지원 서비스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