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공룡뿐만이 아니다. 틱톡과 트위치가 특화서비스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 역시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해 사업을 확장한다.
가장 괄목할 성장세를 보여주는 건 쇼트 클립 앱 '틱톡'이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개발, 서비스한다. 동영상을 제작·공유하는 플랫폼으로 15초 분량의 짧은 동영상이 특징이다. 틱톡이 제공하는 중독성 강한 배경음악과 특수효과, 문자가 포함된 영상 제작도구가 동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10대 마음을 저격했다. 한국에서는 '손 댄스'가 유행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영상을 쉽게 만들고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밈(인터넷상 문화 요소와 유행을 일컫는 말)이 탄생해 외부 유입과 내부 콘텐츠 생산이 계속 이뤄진다. 이용자는 자연히 플랫폼에 정착한다.
작년 6월 월간활성이용자 수가 5억명이 넘었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작년 1분기에만 4500만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해 유튜브를 제치고 다운로드 수 1위에 올랐다. 24세 미만 이용자가 85%이다. 이 가운데 70%가 여성이다. 15초짜리 동영상이 끊임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추천 방식으로 확보한 충성 고객이 핵심 강점이다. 미국 영상제작 스타트업 필리파그램, 중국 치타모바일 산하 뉴스 리퍼블릭, 미국 뮤직 영상 앱 뮤지컬리를 인수해 풀을 넓혔다.
현재 바이트댄스 기업 가치는 750억 달러(약 84조원)로 미국 최대 차량호출회사 우버(700억 달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니콘으로 분류된다. 소프트뱅크, 세퀘이아캐피털, KKR, 제너럴애틀랜틱 등 유력 투자기업이 투자했다.
'트위치'는 게임 방송을 실시간으로 송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일대 동창인 에머트 시어와 저스틴 칸이 개발했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지 않는 중국 알리바바 '유쿠', 텐센트 '도유'를 제외하면 동영상 시장에서 유튜브를 위협할 가장 유력한 회사로 꼽힌다. 게임 인기 척도를 트위치 스트리밍 횟수로 판단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도 타깃 이용자에게 특화된 틈새시장을 노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
토종 서비스 '아프리카TV'는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선정·사행 등 문제로 플랫폼 체류시간이 트위치에 밀렸다. 하지만 시야를 넓히며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스포츠, e스포츠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주 시청자층을 공략한다. SBS와 e스포츠 합작법인인 'SBS아프리카TV'를 설립하거나 1인 방송 진행자가 월드컵, 아시안컵 등을 자체 중계하는 색다른 방향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손잡고 K리그 흥행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강의를 펼치는 '아프리칼리지'도 아프리카TV에서 생중계하고 있다.
'어메이저'는 K팝을 무기로 내세운다. 해외에 K팝을 알리는 최전선에 서 있다. 어메이저는 20초 내외 쇼트 클립 영상을 통해 K팝 관련 주제로 댄스, 립싱크, 노래, 연주 등 영상을 콘텐츠로 제작한 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동영상 배틀 앱을 콘셉트로 내세운다. 짧은 동영상을 쉽게 만들고 쉽게 공유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생산자,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순환한다. 우리 모모랜드, 몬스터엑스, 드림캐쳐 등 국내 가수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챌린지를 만들었다. 모모랜드 '뿜뿜' 때는 93개국 5000여명 이용자가 7000여 커버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현재는 K팝 가수의 주요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91% 사용자가 해외로부터 유입된다. 북미·유럽이 주요 무대다.
'케이스타라이브' 역시 영어로 한류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자체 채널을 통해 확보한 구독자는 약 900만명이다. 동영상 공유와 커뮤니티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추천과 커뮤니티 게시글을 작성하면 케이스타라이브 암호화폐 '케이스타코인(KSC)'을 획득할 수 있다. KSC로 한류 공연 티켓이나 굿즈를 판매할 수 있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도 가능하다.
이외 O2O 패션 동영상 플랫폼 '트랜쇼', 동영상 크리에이터 영상이 공유되면 피블코인을 제공하는 '피블' 블록체인 플랫폼, 옴니채널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브릿지' 등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이의중 어메이저 대표는 “유튜브에는 아주 다양한 범주의 콘텐츠가 모인다면 최근 비디오 커뮤니티 서비스는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쉽게 생산하고 바이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쇼트 클립 등 세부 범주로 분화한 동영상 서비스 경쟁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