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 김정은에 '빅딜' 문서 건네. 생화학무기도 언급”...제재 압박은 계속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요구사항과 그 반대급부를 제시한 '빅딜' 문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왼쪽부터)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왼쪽부터)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볼턴 보좌관은 이날 미국 CBS와 폭스뉴스, CNN 방송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협상 뒷 이야기를 전했다.

볼턴 보좌관 발언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외에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비핵화'를 요구했다. 그 대가로 북한의 거대한 경제 미래상을 제시했다.

볼턴 보좌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빅딜' 문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즉 비핵화를 계속 요구했다.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했다”며 “하나는 한글, 하나는 영어로 된 문서(paper) 두 개를 건넸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핵과 탄도미사일 만을 비핵화 대상으로 거론했다. '생화학 무기(chemical and biological weapons programs)'를 언급했다면 비핵화 정의를 모든 대량살상무기(WMD)로 설정했음을 의미한다.

볼턴 보좌관은 CBS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준 문서 속에서 제시한 대로 광범위하게 정의된 비핵화”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에서 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차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건넨 정의 하에 북한이 비핵화를 완전히 수용하고 거대한 경제적 미래를 위한 가능성을 가진 '빅딜'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아니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그보다 못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지였다”고 회담 결렬 뒷 이야기를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서는 “매우 제한적인 양보”라고 했다. 노후화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부분이 포함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빅딜'을 수용하도록 설득했지만, 그들은 그럴 의사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약속한 북한의 경제 발전에 대해선 “(빅딜) 문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 그에 대한 대가로 당신(김정은)은 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가질 수 있는 좋은 위치의 부동산(this well-placed piece of real estate)을 갖게 된다는 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을 언급한 것은 지난달 초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한국 사이에 있다”며 지리적 위치를 강조, 북한이 경제강국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것과 사전 준비 미흡에 따른 실패라는 지적에 대해선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딜보다 '배드 딜(나쁜 거래)'을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고 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실패가 아니다). 나는 성공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를 성사하려면 많은 역(station)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소개하며 “하노이 회담은 그런 역의 하나였다. 그래서 (트럼프)대통령은 계속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의 제안을 북한이 언제까지 수용해야 한다는 만기는 없다고 했다. 실무 단계의 협상을 지속할 준비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다시 대화할 준비도 돼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계속해서 핵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그렇다. 정확히 맞다. 그들은 그것을 해오고 있다”고 인정했다. '최대의 압박' 작전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지렛대가 약화하지는 않는다고 자신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 경제 제재를 계속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했다. 선박 간 환적을 못 하게 더 옥죄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와도 북한을 더 압박하게끔 대화하고 있다며 “북한은 비핵화할 때 제재 해제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