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영리병원 운명이 이르면 한 달 뒤 최종 결정된다. 이번 사태는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조건부 개원 허가부터 예견됐다. 진료과목 역시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4개 과목에 한정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의료 공공성과 국가 건강보험 재정이 다른 국가에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조건부 허가가 불가피 했다. 하지만 중국 녹지그룹은 반쪽짜리 허가에 불가해 투자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건강보험 수가를 받지 못하는데다 환자도 외국인으로 한정하면 적자 운영이 뻔하기 때문이다.
녹지그룹은 곧바로 대응했다. 차일피일 개원을 미루면서 사실상 법정 다툼으로 끌고 갔다. 실제 2017년 8월 개설 허가 신청 당시 의사 수(최소 9명) 기준을 충족했지만, 허가 기간이 길어지면서 모두 그만 뒀다. 현재 녹지국제병원 소속 직원 수는 간호사, 의료기사 등 60여명 남짓이다. 지난해 허가를 받았지만 채용을 하지 않았다.
결국 녹지그룹은 2월 14일 조건부 허가를 두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같은 달 26일에는 제주도에 개원 시한 연장을 공식 요청했다.
제주도가 개원 시한 연장을 불허하면서 허가 취소 청문을 돌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적극적인 영업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개원 시한 연장은 행정소송까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주민투표 결과 불복과 시민·의료단체 반발까지 무릅쓰고 영리병원 허가를 강행했지만, 더 이상 물러나면 사회 여론 악화가 부담이 된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 병원 환경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영리병원은 외부 민간 투자로 운영하는 기관을 뜻한다. 국내는 영리병원 설립이 금지된다. 외부 투자 창구가 원천 차단되면서 병원은 정부의 수가와 비급여 비용으로 운영해야만 한다. 이 틀을 깨기 위해 국내 1호 영리병원 운영을 추진했지만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병원 업계 관계자는 “영리병원 찬반을 떠나서 외부투자 유치가 원천 금지되고, 수익이 재투자되지 못하는 국내 병원 환경을 재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녹지국제병원 사태는 단순히 영리병원 문제를 떠나 우리나라 병원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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