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영리병원으로 관심을 끈 녹지국제병원이 끝내 무산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4일 제주도는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오늘까지 문을 열지 않을 경우 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5일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았고 의료법에 따라 3개월 개원 준비 기간을 주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준비를 하지 않아 개원 기한이 만료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 부지사는 녹지병원 측이 요청한 개원 시한 연장과 관련해 “모든 협의를 거부하다가 시한이 임박해서야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그동안 자세에 비춰볼 때 타당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상 취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영리 병원은 허가 때부터 논란의 중심이었다. 시민단체 등은 값비싼 의료서비스로 과잉 진료를 남발, 환자가 돈벌이 대상으로 몰릴 것이라며 강력 반대했다. 부실 검증과 졸속 허가에 반발하면서 규탄 집회와 시위, 농성으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 당사자인 녹지국제병원 측은 외국인 대상으로는 손해가 막대하다며 내국인까지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제주도는 막상 허가를 내주었지만 여론 눈치를 보면서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면서 문제를 키웠다. 결국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허가를 남발한 제주도, 준비 없이 무리한 요구로 일관한 녹지병원, 부정 측면만 강조한 시민단체 입장이 서로 엮이면서 취소 검토는 예정된 순서였다.
1호 영리 병원은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높아졌다. 아쉬움은 남는다. 장단점이 있지만 국내 의료 서비스 수준을 감안할 때 공론화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의학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다. 해외에서는 비싼 돈을 지불하고라도 의료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외국인이 줄을 서 있는 상황이다. 관광객이나 단기 체류 외국인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어려워 영리 병원을 이용하는 편이 경제적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서비스 수출은 물론 일자리 창출, 재투자를 통해 의료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다. 서비스 수출 활성화 차원에서도 영리 병원은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