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한 '플래시게임' 장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개발사 어도비 지원중단과 스마트폰 확산이라는 시대적 흐름이 작용했다. 논의가 멈춘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도 영향을 끼쳤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네이버쥬니어 게임랜드'에 있는 모든 플래시 게임을 즐길 수 없다. 네이버쥬니어는 게임랜드 서비스를 종료하고 동요, 동화, 놀이학습 등 키즈 콘텐츠만 다루는 사이트로 재편된다.
네이버쥬니어 게임랜드는 '동물농장' '슈의 라면 가게' '고향만두' 등 어린이 전용 게임으로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서비스 종료에 게임랜드에서 서비스하던 게임을 어디서 할 수 있는지 모은 정보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만개 넘게 리트윗됐고 관련 추억이야기를 쓰는 게 유행이 되기도 했다.
다른 플래시 게임도 형편은 비슷하다. '점심먹고노라라' '플래시365' '주전자닷컴' 등 플래시 게임 콘텐츠를 다루는 전문사이트는 개점휴업 상태다.
플래시 게임은 인터넷전용선이 보급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 스낵게임, 하이퍼캐주얼게임 같은 자리를 차지하며 성장했다. 가볍게 할 수 있어 온라인 MMORPG와 양대 축을 이뤘다.
플래시 게임이 사라지는 첫 번째 이유는 개발사가 플래시 지원을 멈추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만 유효하다. 랜섬웨어 유통경로로 사용되는 보안이 문제가 됐다. 22년 된 멀티미디어제작 도구에 보안패치 여러 번 해도 한계가 명확했다. HTML5 등 웹 브라우저 기술이 발전한 것도 플래시 의존을 버릴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이 널리 퍼져서 콘텐츠 소비처가 바뀐 것도 플래시 게임이 사라지는 데 일조했다. 아동용품회사 아가방앤컴퍼니에 따르면 만 5세 이하 자녀 중 90%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감상한 적이 있다고 조사됐다.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가 주 타깃인 플래시 게임이 그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고 풀이된다. 별도 플러그인, 플레이어를 쓰는 플래시는 모바일 시대에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마지막으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해외, 자작 플래시 게임물 유통을 막은 것이 종지부를 찍었다. 최근 게임위는 신고를 받고 다수 플래시 사이트에 차단 요청을 했다. 적법한 집행이지만 비영리 게임물 공유까지 막는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뒤늦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비영리 게임 등급분류 면제를 고려한다고 공언했지만 이미 플래시게임은 모두 자취를 감쳤다.
이현중 프로그래머는 “플래시게임을 하면서 게임 프로그래머 꿈을 키웠다”며 “플래시 게임은 가면서 비영리 게임 등급분류 면제 논의라는 선물을 두고 갔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