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창업국가'를 넘어 벤처가 도약하는 나라를 만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정부는 미국, 중국에 버금가는 유니콘 기업을 줄지어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을 의미하는 유니콘 스타트업 20개 육성을 천명했다. 첨단산업 전 분야에 걸쳐 창업과 투자, 성장, 회수·재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헬스·핀테크 등 신산업 고기술 창업 발굴
정부는 바이오헬스·핀테크·인공지능(AI) 등 5~10년 이내 유니콘 성장이 가능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한다. 규제를 완화하고 맞춤형 지원 제도를 대폭 강화했다.
대표적으로 혁신 ICT 기업을 발굴, 집중 육성하는 '퓨처 유니콘50(가칭)' 프로그램을 올해 하반기에 도입한다. 매년 50개 유망 ICT 스타트업을 공모 선발해 유니콘 진입을 위한 자금·멘토링·연구개발(R&D)·기술이전 등을 연계 지원한다.
병원, 실험실 등 의료 인프라의 개방과 공유를 확대한다. R&D·임상·데이터 등 바이오헬스 기업이 사업 초기 가장 부담스런 요소로 꼽는 장애를 줄이는데 앞장선다. 까다로운 건강데이터 동의·수집, 보관, 개방·활용 등에 대한 절차와 표준을 개발해 활용을 확산한다.
금산법·은행법 등 법 개정으로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출자 제약을 완화한다. 150억원 규모 핀테크 전용펀드로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제조 창업 기업은 부담금을 감면하고 창업지원 사업을 우대한다. 공공기관 분사창업일 경우에 연구원뿐만 아니라 모든 임직원의 5년 이내 창업 휴직이나 겸직을 허용한다. 이를 위해 벤처특별법도 개정한다.
대기업의 분사창업기업 지원시에는 동반성장지수 평가를 가점한다.
대학 역시 대학기술지주회사 등 대학 내 창업기업 투자를 위한 펀드를 2022년까지 6000억원 규모로 신규 조성한다. 연구소 기업에 20% 이상 투자하는 벤처펀드에 모태펀드를 우선 출자하고 운용 시 투자성과보수를 추가 지급한다. 대학 학사제도도 창업친화적으로 개편해 교수 창업 등을 유도한다.
◇벤처 투자자도 창업가도 돈 벌고 재투자하는 환경
이번 발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스케일업'을 위한 벤처투자 제도 개편이다.
혁신기업에 자금 지원 물꼬를 다양하게 트고, 창업가와 투자자 모두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든다. 우선 일반 투자자도 스타트업에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비상장기업투자전문회사(BDC)'를 도입한다.
BDC는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공모해 상장한 이후 비상장기업 또는 코넥스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목적회사다. 하나의 기업을 선정해 인수합병(M&A)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는 달리 여러 비상장기업을 다양하게 편입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VC)에 집합투자업 인가를 부여해 BDC 운용하도록 한다.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BDC 운용주체가 VC의 유망기업 발굴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협업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이달내로 BDC 민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최종 제도 운영방안을 확정하고 상반기 내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 추진한다.
지분 가치 산정이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에 신속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도 즉시 도입한다. 엔젤 등 액셀러레이터를 대상으로 우선 도입해 창업 초기 과다한 투자자 지분 요구 등 불필요한 마찰을 예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차등의결권 제도는 그간 벤처기업에서 여러 차례 요구한 사안이지만 차등의결은 1주1의결이라는 원칙과는 맞지 않다”면서 “벤처투자 경우 특수성이 있어 이번에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주주 동의 등 엄격한 요건하에 한정적으로 도입하는 방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의 벤처펀드 투자 출자를 활성화하고 일반·소액 투자자의 벤처투자 시장 참여도 확대한다.
엔젤투자 유치시 투자금액의 2배까지 완전 보증하는 특례보증을 기술보증기금의 100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아울러 크라우드펀딩 모집한도가 15억원으로 확대한 만큼 기업범위도 창업 7년 내 기업에서 모든 중소기업까지 확대 적용한다.
◇벤처 '스케일업' 위해 12조원 규모 펀드 조성
은행권의 간접 투자 기능도 강화한다. 기업은행이 VC 등과 협업을 통해 신뢰도 높은 벤처투자자에게 투자받은 스타트업에 대출 등을 지원하는 이른바 '실리콘밸리은행' 기능이 도입된다.
향후 4년간 12조원 규모 스케일업 전용펀드를 조성, 운용한다.
정부는 스케일업 전용펀드를 기존 모태펀드, 성장지원펀드 등에 설치한다. 2022년까지 현재 3조4000억원 규모 신규 벤처투자 규모를 연 5조원을 달성할 수 있도록 투자한다.
나아가 리스크(위험)가 높은 분야에 한해 1000억원 규모 성장유망 적자기업의 특례보증을 시범 운영한다. 장기간 매출이 없거나 영업이익이 적자인 기업에도 융자를 제공하고 혁신성·성장성에 따라 기업당 최대 100억원의 보증한도를 제공한다.
지식재산권(IP) 금융 활성화로 기술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IP펀드 금액도 1100억원에서 2200억원으로 갑절 늘린다. IP담보 범위를 해외특허까지 넓히고 IP대출 취급은행도 3개에서 6개로 확대한다.
해외 벤처캐피털 글로벌 펀드를 3000억원 규모로 추가 조성하고 해외 혁신 거점 연계 지원도 강화한다.
자회사 지분보유, 비계열사 주식 취득 제한 등을 완화 적용하는 벤처지주회사 제도도 조기에 개선한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서 벤처지주회사 제도개선 입법사항만 별도 분리해 우선 입법 추진한다. 벤처지주회사에 세제 혜택도 부여, 투자 확대를 유도한다.
대기업, 금융사의 벤처 투자 및 M&A 촉진을 위해 '전략 벤처투자 모펀드(가칭)' 조성을 지원한다. 제도적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한다.
2021년까지 M&A 전용펀드 1조원을 신설해 자금 회수를 돕는다. 금년 중에 모태펀드 출자로 3000억원 규모 M&A 펀드를 신설한다.
엔젤투자자의 투자 지분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엔젤세컨더리 전용펀드를 향후 4년간 2000억원 규모로 신규 조성한다. VC의 엔젤투자 구주인수시에는 양도차익 비과세 혜택도 적용한다.
정부는 규제 재설계, 인재 유입 확대, 혁신창업거점 활성화 등 스타트업 친화적 인프라 구축으로 창업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