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동건 카카오 카풀, 복잡해진 '모빌리티 셈법'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재개한다. 택시업계와의 대타협을 기점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승차공유업계에서 카카오와 쏘카 계열 서비스인 타다, 풀러스 사이 경쟁 구도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1월에 중단한 카풀 서비스의 시작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이에 앞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한 '카풀과 플랫폼 상생을 위한 대타협 기구'는 오전과 오후 특정 시간대(오전 7~8시, 오후 6~8시) 유상카풀 서비스에 합의했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만큼 카풀 서비스 재개를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는 국회 입법을 전후해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 3월 임시국회에서 계류돼 있는 법안의 통과를 추진한다. 계류된 여객운송법 개정안 가운데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8년 1월에 제출한 안이 합의문의 제한적 카풀 허용과 일치한다. 문 의원은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출신이다. 택시업계의 선택지 가운데 하나인 만큼 통과에는 별다른 변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택시업계와의 모빌리티 발전 협조를 강조했다. 정 대표는 “대타협 기구 일을 마친 뒤 택시를 타고 회사로 복귀했다”면서 “모빌리티 발전을 위해 택시업계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합의문 1번이 명시한 '플랫폼 기술을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결합해 국민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에 대해 “각 합의문 항목이 종속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허용된 시간에는 어떤 형태로든 자율적으로 카풀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가 준비하고 있는 카풀 서비스는 이미 테스트까지 진행한 상태로, '제로베이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건이 충족되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카카오 카풀은 인증을 마친 드라이버를 7만명 이상 확보했다.

카카오 공식 크루로 등록된 본지 박정은 기자가 카풀 호출을 기다리며 운행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카카오 공식 크루로 등록된 본지 박정은 기자가 카풀 호출을 기다리며 운행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재개에 나서게 되면서 승차공유 업계는 미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지금까지 승차공유 업계를 대표해 카카오가 택시와 대립하는 구도였다. 앞으로는 카카오와 쏘카 계열 서비스가 서로 경쟁하며 택시업계와 합종연횡할 것으로 보인다.

타다는 이재웅 대표가 이끄는 쏘카 자회사 VCNC가 운영하는 승합차 택시 서비스다. 풀러스 역시 이 대표가 최대주주다. 타다와 풀러스는 대타협 기구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택시 이익단체에 고발당했다. 대타협 기구에 참여한 카카오와 달리 주류 택시업계와 접점이 없다.

이 대표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 합의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법에서 금지하지 않는 한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풀어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법에서 허용된 방식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방식으로 타협하는 것이 나쁜 선례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풀러스는 3월부터 '무상 카풀'을 시행하고 있다. 법적인 근거가 확실해질 때까지 논란을 피하는 차원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유상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던 곳은 이미 다 사업을 접거나 철수했고, 그나마 명맥이 남아 있던 풀러스는 유상 카풀은 포기하고 이번 대타협과는 상관없는 무상카풀로 전환했다”면서 “현재 타협으로 앞으로 의미 있는 유상 카풀 업체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풀러스 입장에서는 법 통과로 카풀 시간 제한에 법적 근거가 명확해지면 사업성이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플랫폼 우위를 통해 여러 경로로 승차공유 시장에서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비해 스타트업인 풀러스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와 쏘카 모두 승용차를 활용한 유상 카풀보다는 특수 택시 서비스에서 활로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쏘카는 자회사 VCNC를 통해 고급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을 함께할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사업자 등 파트너 공개 모집을 시작했다. 타다 프리미엄은 연내 1000대 운영이 목표다.

카카오는 대타협 기구가 합의한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사업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일명 '한국형 우버'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