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와 신한·삼성·롯데카드 간 카드 수수료 협상이 결렬됐다. 3개 카드사는 현대차가 요구하는 수수료율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가맹점 해지를 합의했다. 다만 소비자 불편 등이 가중될 수 있어 추가 협상은 이어갈 예정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카드사 3곳의 수수료율 조정이 결렬됐다. 앞서 현대차는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카드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을 타결했다.
카드 수수료율 조정안이 나오면서 이들 카드사가 수용, 일단 가맹점 해지 사태는 피했다. 하지만 업계 점유율 1, 2위인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현대차 수수료율 중재안을 거부했고, 롯데카드도 수용할 수 없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 신규 구매 고객은 11일부터 3개 카드사 결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비씨카드는 현대차가 예고한 가맹점 계약 해지일이 14일이어서 양측이 협상할 시간적 여유가 남아 있다.
기존에 카드사는 1.8%대인 수수료율을 1.9% 중반대로 0.1∼0.15%포인트(P) 인상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동결에 가까운 0.01∼0.02%P 인상으로 맞섰다.
지난 8일 현대차가 1.89% 수준 조정안을 내면서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중재안을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 등이 수용하면서 수수료 갈등이 해결될 것처럼 보였지만 신한과 삼성, 롯데는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맹점 해지를 수용키로 했다.
11일 재협상이 분수령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만일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면 현대차에서 전산망 해지 등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대응이 없다”며 “카드사도 현대차와 일종의 기 싸움을 하는 형국이라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형 카드사는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밀릴 경우 이통사와 대형마트, 백화점 등과의 수수로 협상에서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조금이라도 추가협상을 통해 수수료율을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현대차의 입장을 손쉽게 수용할 경우 다른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도 카드사들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현재 협상 중인 이동통신사도 인상 수준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짙다.
현대차는 신한·삼성·롯데카드만 있는 고객은 카드 신규 발급이나 결제방식 변경을 할 수 있도록 차량 출고일을 연기하거나 차량 대금 결제일을 일정 기간 연기하는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계약 해지 이후에도 현대차와 대형 카드사가 협상을 계속 이어갈 계획인 만큼 협상이 타결되면 바로 해당 카드를 통해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