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가 '터치 일체형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에 나선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는 고부가 제품이다. BOE가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OLED까지 한국을 추격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BOE는 중국 몐양에 터치 일체형 플렉시블 OLED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몐양은 BOE의 두 번째 6세대 플렉시블 OLED 공장 'B11'이 있는 곳이다. BOE는 B11 일부를 터치 일체형 라인으로 구축하고 내년부터 본격 양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치 일체형 플렉시블 OLED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유물 같던 패널이다. 이 OLED는 터치스크린패널(TSP)을 내장한 것이 핵심이다. 과거 외부에 필름 형태로 부착하던 TSP를 OLED 내부에 구현, 기존 외장형에 비해 패널을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특히 공정이 단순화돼 있어 원가 절감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은 일명 '와이옥타'로 불리는 이 기술을 확보하고 전략 제품으로 활용했다. 첨단 성능과 원가를 차별화시켜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만 사용하도록 했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이 기술로 상용화한 대표 제품은 화면 좌우가 휘어진 '에지' 디자인 폰이다. 최근에는 이 패널을 다른 회사에도 공급하고 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만의 차별화 기술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BOE가 얼마나 높은 수준의 터치 일체형 OLED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전용 라인까지 만든다는 건 일정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고, 양산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BOE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터치 일체형 OLED로 고부가 시장을 개척한 것을 보고 BOE도 가야 할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몐양에 전용 라인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BOE는 터치 일체형 플렉시블 OLED로 애플 납품 시도가 예상된다. 애플은 신형 아이폰에 삼성이 만든 터치 일체형 플렉시블 OLED를 탑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처음 출시한 10년 전부터 최신 모델(아이폰Xs 등)까지 외장형 TSP를 고집했다. 최근에는 이를 내장형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패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BOE가 터치 일체형 OLED를 양산하면 공급 망에 포함시킬 공산이 크다.
BOE는 애플에 OLED를 공급할 목적으로 지난해 'L6'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L7'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BOE가 애플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쌓고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6 기반의 OLED 패널이 올 하반기에 양산될 예정”이라면서 “화웨이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다수 전략 폰에 채택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