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찾아온 황금 돼지해를 맞아 며칠 전 필자는 지난 5년 동안 소소하게 취미로 모아 온 동전을 지폐로 바꾸기 위해 집 근처 은행을 방문했다. 옆 창구에서는 젊은 부부가 곧 태어날 아이의 밝은 미래를 소망하며 황금돼지 적금통장을 상담하고 있었다. 은행을 나오면서 그 부부의 마음이 힘겹던 지난 한 해를 묵묵히 지켜낸 중소벤처기업 임직원 마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지난해는 미국 보호무역,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지속,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대외 경제 환경이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대내로도 자동차, 조선 등 우리 경제를 이끌던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이 있었다. 이로 인해 대기업과 협력하고 있던 관련 중소벤처기업 경영은 악화됐고, 청년 일자리 역시 감소하게 됐다.
정부에서는 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사람 중심 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중소기업진흥공단도 고용과 산업 위기 지역 지원, 중소벤처기업의 지속할 수 있는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4조4000억원의 정책 자금을 공급했다.
중소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요소임은 구구팔팔(전체 기업 수의 99%, 고용 창출 88%)이라는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에서도 속도감 있는 중소벤처기업의 혁신 성장이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선도할 마중물이며, 자신감 있는 밑거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진공은 올해 3조6700억원의 정책자금을 중소벤처기업의 혁신 성장, 일자리 창출, 공정 경제 등 달성에 이바지하는 세 가지 황금돼지 희망통장으로 만들려고 한다.
첫째 중소벤처기업의 혁신 성장, 즉 가죽을 벗겨내어 새롭게 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술혁신·제조혁신·지역혁신의 3대 목표로 담아내야 한다. 자세하게는 '8대 선도 사업 분야의 혁신 성장 유망 기술 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추진 기업' '규제 자유 특구 입주 기업' 대상으로 1조2100억원의 정책자금을 집중 지원하고, 이를 통해 올해 약 6300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 스케일업 금융자금 1000억원을 신규 투입할 예정이다.
둘째 일자리 창출 및 유지 기업과 인재 육성 기업 대상으로는 창업자금과 일자리창출촉진자금 1조8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일자리창출촉진자금에 대해서는 우대금리와 우대평가 기준을 적용, 15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을 바라보는 기준에서 일자리 지속 창출이 재무 정보보다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3~2017년 4년 동안 중진공의 정책자금 지원 업체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3년 연속 종업원 수가 증가한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매출 성장성은 2.8배, 부실 위험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으로 공정경제 기반 조성을 위해 핀테크·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대기업 독과점 분야에 도전하는 우수 중소벤처기업, 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연대 보증 전면 폐지, 원금을 자유롭게 상환하는 기업 자율상환제, 우수 기술의 지원 배제를 완화하기 위한 특별심사위원회 등을 도입해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정책자금이 중소벤처기업 선제로 스케일업시켜서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디딤돌이 되고,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데 요긴하게 쓰이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의 혁신 성장, 일자리 창출, 공정 경제를 이루는 '황금돼지 희망통장'은 바로 정책자금이다.
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업금융처장 yk0017@sb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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