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구글에 대한 조사 대상이 궁극적으로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의 번들링(묶음판매)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 중인 구글의 불공정행위 혐의와 관련 이렇게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구글과 관련한 경쟁 저해 사건은 크게 검색 시장과 안드로이드 OS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은 검색서비스 시장에서 압도적 위치를 이용해 다른 서비스에 마켓 파워를 전이하는 문제가 있다”며 “나머지 하나는 안드로이드 OS와 관련한 번들링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안드로이드OS는 누구든 코드를 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지만 그와 관련된 서비스 코드는 공개가 안 돼 있다”며 “구글 플레이스토어(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는 안드로이드OS에 기본 탑재돼 번들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 방향은 유럽연합(EU) 조사와 유사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U는 작년 7월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로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EU의 경쟁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며 43억4000만 유로(약 5조7000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EU는 구글이 구글플레이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스마트폰 제조업자에게 구글 검색 앱과 브라우저 앱 크롬을 사전에 설치하도록 한 점, 제조업자와 모바일 네트워크 운영자에게 스마트폰에 사전에 독점적으로 구글 검색 앱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김 위원장은 14일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이 주총에서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과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표 대결은 주총에서 주주들의 선택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현대모비스와 엘리엇은 사외이사 선정에 이견을 보여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는 자신의 시각보다는 사외이사 후보를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할지 고려해 제안했다는 점에서 과거 한국 기업보다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면서 “주총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변화는 한국 자본시장의 비가역적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사외이사 등과 관련한 시장과 소통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이들을 다시 사내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며 “법률적으로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기존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 등 사정은 이해를 하지만 시장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또 올해 국내 주요 기업 주주총회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가 시대적·국제적 흐름에 근접하며 쉽게 후퇴하지 않을 긍정적 방향으로 진화할 기반을 다졌다”면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