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파주 6세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세 번째 생산 라인에 '깜짝 투자'를 집행했다. 전공정 일부 장비만 우선 반입하는 단계다.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E6 3라인 전체 투자로 이어질 지 관심사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파주 E6 3단계 라인 투자 일부를 집행했다. 구매의향서(LOI)를 발주한 주요 전공정 장비 기업에 정식 발주(PO)를 냈다. E6 3라인 생산 능력은 기존의 2개 라인과 동일한 월 1만5000장 규모다. 라인 조성에 총 2조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발주한 PO는 전체 2조원 가운데 일부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E6 3단계 LOI를 발주했다. 그러나 애플 아이폰X(텐)이 기대 이하의 판매에 그치면서 플렉시블 OLED 사업 기조가 급속히 위축됐다. 구미 E5와 E6 1라인 수율이 빠르게 상승하지 않아 고정비 부담이 커진 것도 추가 투자를 망설이게 한 요인의 하나였다. 광저우 8.5세대 가동에 따른 고정비 상승, 파주 10.5세대 투자 등 대규모 액정표시장치(LCD) 투자를 잇달아 앞두면서 한정된 투자 재원을 중소형보다 대형 OLED에 우선 배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작용했다. LOI는 정식 발주 전 필요한 품목과 물량 정보를 협력사에 제공하기 위해 발주한다. 계약의 강제성은 없지만 LOI를 발주하면 정식 장비 구매로 이어진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E6 3라인 투자를 일부만 재개한 것은 여러 상황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우선 LG디스플레이가 캐논도키, 코히런트 등 주요 협력사에 LOI를 발주했다가 취소하면서 거액의 손해 배상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작용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장비 협력사 중심으로 본사 정책상 주문 취소가 불가하며, 손해 배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LG디스플레이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장비 입고 날짜를 계속 미루면서 시장 변화 흐름을 살폈다. 그러나 지난 1년여 동안 시장이 개선되지 않고 영업 손실까지 발생하자 기존 LOI 취소에 반발한 장비사 제품을 우선 구매, 계약을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정식으로 E6 3라인을 꾸리기보다 장비만 입고한 뒤 시장 흐름을 더 살피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짙다. 당장 올 하반기에 광저우 8.5세대를 가동하면 고정비 상승 부담이 크다. 파주 10.5세대 투자도 필요하다. 플렉시블 OLED는 아직 기존의 E6 2개 라인 수율이 안정화되지 않아 신규 투자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E6-3 라인을 연내 구성하는 투자에 무게를 두는 해석도 나온다. 폴더블 OLED 등 차세대 기술을 준비하기 위한 선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고객사 물량을 최대로 맞추고 차세대 제품을 준비하려면 E6 3라인이 필요하다”면서 “발주한 장비를 입고한 뒤 정식으로 라인을 조성할지 여부를 계속 살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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