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 (Me too : 성폭행이나 성희롱 발생 청산 위한 해시태그 운동)이 여전히 뜨겁다. 국내에서도 작년부터 영화계를 시작으로 사회 전체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유명 배우와 감독 등에 대한 성추행·성폭행 고발들이 이어지면서 할리우드는 ‘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 미투 운동의 시작,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
와인스타인 컴퍼니 설립자이자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은 막강한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할리우드 여배우들에게 성폭력을 꾸준히 가했다. 1970년대부터 30여 년이 넘게 여배우를 성추행·성폭행 한 사실이 2017년 10월 5일 뉴욕 타임스의 보도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할리우드는 물론 전 세계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관련해서는 유명 배우들도 다수 포함되었는데 기네스 팰트로, 제니퍼 로렌스, 로즈 맥고완 등 많은 이들이 그의 행태를 비난하고 폭로했다. 제니퍼 로렌스의 경우 작년에 열린 청문회에 직접 참석하여 그의 성추문에 대해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
현재, 와인스타인은 기소되어 재판 중이며, 다음 재판은 오는 5월 6일 뉴욕 주 맨해튼의 법원에서 열린다.
❘ 아카데미상 2회 수상자 '케빈 스페이시'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이 터진 직후인 2017년 10월 동료 배우 안소니 랩이 1986년 당시 14세의 미성년자일 때, 케빈 스페이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후 그가 출연했던 영화·드라마의 스태프 등의 증언을 통해 2016년까지 약 30여 년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미성년을 포함한 이들에게 성추행을 지속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이 폭로되면서 케빈 스페이시가 출연하기로 했던 인기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6'가 제작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결국 그는 하차했다. 또한,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올 더 머니'의 케빈 스페이시의 출연 분량을 전체를 삭제하고 재촬영했다.
주로 동성 미성년을 상대로 성폭행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케빈 스페이시는 지난 1월 재판 이후, 다음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 미국의 아버지는 이제 없다, '빌 코스비'
'코스비 가족'이라는 시트콤으로 미국은 물론, 80년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빌 코스비가 무려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십여 명의 여성에게 성추행과 성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안겼다.
사실, 그의 사생활은 대중에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고 한다. 2014년 스탠드업 코미디 쇼에서 인기 코미디언 한니발 버레스가 빌 코스비를 두고 "강간범"이라 폭로하면서 그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5년 뉴욕매거진이 코스비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성 35명의 흑백사진을 표지에 실으면서 사건은 만천하게 공개된다. 이후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추가적으로 등장하면서 그 수는 수십 명에 달한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코스비는 약물을 투여한 뒤 피해자들이 기억을 잃게 만들고 강간을 했다고 한다.
이유는 합당한 성 관계를 맺어도 여성 쪽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걸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피해 여성이 의식할 수 없게 만들어 성폭력의 증거를 없애 버리는 수법이다.
지난해 9월 빌 코스비는 2004년 자신의 모교인 템플대학 직원이던 안드레아 콘스탄드에게 약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하고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한 혐의 등 3건의 성범죄 행위로 기소를 당했다. 이에 징역 3∼10년과 벌금 2만 5천 달러(한화 약 2,800만원)를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지난 달, 성명서를 통해 자신을 넬슨 만델라와 마틴 루터 킹 목사에 비유하며 '정치적인 수감자'라고 칭했다. 이어 합의된 성관계였기 때문에 후회나 반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때는 존경받는 인물이자 미국의 아버지로 불리던 빌 코스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80대의 고령임을 감안할 때, 살아 생전에 모든 이들에게 용서를 구할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 수양딸 성추행 논란 '우디 앨런'
우디 앨런 감독은 수양딸 성추행 의혹에 있다. 지난 2014년 수양딸 딜런 패로가 뉴욕타임스를 통해 일곱 살 때 앨런 감독으로부터 지속해서 성추행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재조명 되고 있다.
작년 말에는 1976년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당시 16세 미성년자인 크리스티나 엔젤하트와 성관계를 했다"는 보도가 있으면서 파문이 일었다. 앨런 감독은 수양딸 사건은 이미 종결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고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한편, 우디 앨런 감독은 ‘수양 딸 성추행 의혹’으로 네 편의 영화제작을 후원 계약을 철회한 아마존 스튜디오와 ‘6,800만 달러(한화 약 768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다.
❘ 과거 소아성애 부적절 한 발언, '제임스 건' 감독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제임스 건 감독도 과거 트위터에 성에 대한 그릇된 언급으로 홍역을 치룬 바 있다.
직접적인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으나,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한 성적 발언이나 소수성애자들에 대한 조롱 등을 올림으로써 도덕적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작년 디즈니-마블로 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의 연출에서 해고당했으나, 최근 다시 감독을 맡기로 결정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 워너브라더스 CEO 케빈 츠지하라, ‘부적절한 성접대’ 의혹으로 사퇴
2013년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할리우드 메이저영화사의 CEO로 취임해서 활약했던 워너브라더스의 CEO(최고경영자) '케빈 츠지하라'가 지난 18일(현지시각) ‘여배우 성접대 의혹’으로 사임했다.
워너미디어의 존 스탠키 CEO는 공식 성명을 통해 "케빈 츠지하라는 25년간 회사에 공헌했지만 그의 리더십은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과 어긋난다"며 츠지하라의 사임을 확인했다.
츠지하라 역시, 회사와 직원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사생활의 실수로 일을 그르치게 돼 후회한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할리우드 리포트 보도에 따르면, 케빈 츠지하라 전 회장은 2013년부터 영국 배우 샬롯 커크와 영화의 배역에 대한 대가성으로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샬롯 커크는 워너브라더스 영화 '하우 투 비 싱글(2016)'과 '오션스 8(2018)'에 출연했다.
❘ 40년 넘게 도피 생활 중인 '로만 폴란스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1977년 배우 잭 니콜슨의 집에서 당시 13살이었던 소녀인 사만다 가이머를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후, 미국에서 재판을 받다가 프랑스로 도피한다. 이후, 미국 땅을 밟아 본 적이 없다.
2003년 자신이 감독한 영화 '피아니스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등을 받았을 때도 참석하지 못했다.
2017년 7월 6일, 당시 피해자였던 사만다 가이머가 사건종결을 탄원하면서 1977년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같은 해, 1972년 당시 15세 때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발한 독일 여배우 레나테 랭거(Renate Langer) 등 3명의 여성이 추가로 등장했다.
이후에도 폴란스키 감독은 프랑스와 스위스 등의 유럽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왔고, 동료 배우들의 선처가 이어졌다. 그러나 2017년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행 파문에 할리우드가 반응하며 결국 2018년 5월, 빌 코스비와 함께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MPAS)로부터 제명당했다.
미국 법원에서는 재판을 위해 그를 여러 차례 소환했으나 응하지 않았고, 프랑스에서 여전히 도피 중이다. 현재 프랑스와 미국은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 두 얼굴의 'R.켈리'
그래미상 3회 수상이 빛나는 'R&B의 황제' 알 켈리(R.켈리)는 10개의 성폭력 범죄 혐의로 지난 달 기소됐다. 혐의는 1998년에서 2010년 사이 벌어진 4개의 사건으로 피해자 4명 중, 3명은 당시 17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보석금 10만 달러(한화 약 1억 1,300만 원)를 내고 풀려난 뒤, 미국 C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나의 가수로서의 인생과 명예를 걸고 진실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2002년에도 10대 미성년자와 성관계 비디오가 유출돼 아동 포르노 혐의로 기소됐으나,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바 있다.
❘ 죽어서도 아동 성추행 논란 '마이클 잭슨'
2019년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련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리빙 네버랜드(Leaving Neverland)'가 공개되면서 마이클 잭슨의 미성년자 성추행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영화 제목 '네버랜드'는 마이클 잭슨의 캘리포니아의 별장이기도 하다. 바로 이곳에서 어린 시절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하는 '웨이드 롭슨(36)'과 '제임스 세이프척(40)'의 이야기다.
미국에서는 지난 4일 HBO를 통해 '리빙 네버랜드'를 방송했고 이어서 오프라 윈프리 쇼에 롭슨과 세이프척이 출연했다. 사회자 윈프리는 충격적이라며 “4시간 동안 다큐를 보고나서 피해자들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줬다.
롭슨과 세이프척은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제대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분명히 성추행을 수도 없이 당했다”고 주장했다.
방송 이후, 후폭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중들은 양쪽으로 나뉘어 논쟁이 뜨겁다. 몇몇 국가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틀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가수 드레이크도 2019 공연 셋 리스트에서 마이클 잭슨의 보컬이 들어간 노래 'Don't matter to me'를 삭제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패션업계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루이비통이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추행 의혹에 대한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자, 잭슨에 대해 직접적으로 표현한 컬렉션의 어떤 제품도 이제 더 이상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고(故)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한 2019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생산은 전면 중단된다.
영화 '리빙 네버랜드'는 아동 성추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두 명의 증언을 토대로 마이클 잭슨의 무대 뒤 이면의 어두운 진실에 대해 다룬다. 마이클 잭슨 재단은 돈 때문에 만든 거짓 작품이라고 비난하지만, 4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충격에 빠졌고, 마이클 잭슨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유일하게 진실을 말해 줄 수 있는 마이클 잭슨은 고인이 되었기에 논란에 대한 종지부는 쉽게 찍긴 힘들 전망이다.
한편, 마이클 잭슨은 지난 1993년과 2005년 두 차례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 미성년자 성추행, 브라이언 싱어 감독
2003년 시애틀의 요트 안에서 17세 소년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했다. 당시 피해자는 자신은 강제적으로 성추행을 당했으며,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이번 일을 누설하지 않으면 연기자로 데뷔시켜주겠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4년에도 두 건의 성폭행 관련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그리고 올 1월, 4명의 미성년자를 성추행 했다는 추가 보도가 있었다. 이로 인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할 예정이었던 '레드 소냐'의 제작이 취소됐다.
올해 영국·미국 아카데미상에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여러 부문을 수상하며 선전했지만, 싱어 감독이 모든 리스트에서 제외된 것은, 그가 후반부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보다는 미성년자 성추문 추가 의혹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보헤미안 랩소디' 촬영 종료 2주를 남긴 2017년 12월, 촬영장을 무단으로 자주 이탈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게 하는 등 피해를 줘 해고됐다.
이 밖에도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아카데미시상식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케이시 에플랙'은 지난 2010년 '아임 스틸 히어'를 연출하던 당시 여성 스태프를 성폭행 한 혐의로 고소 당했다.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결국 합의로 마무리된 바 있다.
모건 프리먼도 지난 2009년 당시 45세 연하인 의붓 손녀 딸 ‘에디나 하인즈’와 강제 성관계가 논란이 됐으며, 2018년에는 여성 8명이 모건 프리먼으로부터 영화 촬영장과 매니저 사무실 등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는 뉴스가 CNN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이에 프리먼은 성명서를 내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전자신문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