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년 아이폰 신모델에 OLED를 전면 도입하는 건 2017년 9월 OLED 첫 모델 '아이폰X'을 출시한 지 3년 만이다. 애플은 아이폰X 출시 후 내부에서 OLED 도입을 긍정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OLED가 아이폰 차별성과 고가 정책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에 OLED 탑재 비중을 높이려 했지만 플렉시블 OLED를 양산할 수 있는 제조사가 전 세계 삼성디스플레이 뿐이고 LG디스플레이 및 JDI와의 액정표시장치(LCD) 계약 등이 얽히면서 전면 도입은 2020년으로 다소 늦춰졌다.
현재 애플에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유일하다. LG디스플레이와 BOE 모두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하고 있지만, 수율(양품 생산비율)이 낮고 애플 요구 수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2020년 신형 아이폰에 적용될 OLED 공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1순위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양산능력을 갖추고 있고, 또 지금까지 유일하게 애플에 OLED를 공급한 이력이 있는 만큼 내년 새 모델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아이폰X부터 XS 및 XS맥스까지 OLED를 단독 공급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디스플레이는 '와이옥타(Y-OCTA)'로 불리는 터치 일체형 플렉시블 OLED를 수년전부터 양산한 경험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6년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을 시작으로, 갤럭시S8, 갤럭시S9 등 터치 일체 OLED를 지속적으로 공급했다. 터치 일체형 플렉시블 OLED 기술 및 생산에 있어 다른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관심은 LG디스플레이와 BOE 간 경쟁이다. LG디스플레이와 BOE 모두 애플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TV에 사용되는 대형 OLED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사업은 적자다. 그 사이 회사의 주력이던 LCD 사업은 중국 경쟁사들의 도전에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연간 2억대 아이폰을 판매하는 '큰 손' 애플을 잡아야 반등을 꾀할 수 있다.
BOE 역시 OLED 사업을 위해 애플 공급을 성사시켜야 한다. 중국 정부 보조금을 더 안정적으로 많이 받는데 도움이 되고, 글로벌 시장에 하이엔드 기업 이미지를 주는 효과도 볼 수 있다. BOE는 역시 OLED 수율이 떨어지지만 화웨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OLED를 공급하는 등 실력을 키우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BOE 경쟁은 누가 먼저 애플 눈높이를 맞추느냐에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모두 아직 터치 일체형 플렉시블 OLED를 양산한 경험이 없다. BOE는 이제 라인을 갖추고 있고, LG디스플레이 역시 설비 투자를 검토 중이다. OLED는 기술적으로 준비가 됐다 해도 양산이 어려워 최종 공급까지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에도 애플에 OLED를 공급하기 위해 부품 발주까지 냈지만 모듈 단계에서의 품질 이슈로 고배를 마신 적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 하지만 LG디스플레이와 BOE가 발을 못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LG디스플레이와 BOE가 양산에 성공해 실제 공급에 나설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애플의 아이폰 전 모델 OLED 채택은 관련 소재부품 업계에도 큰 호재다. OLED 패널 뿐만 아니라 OLED 소재,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디스플레이드라이버IC(DDI), 칩온필름(COF)·칩온플라스틱(COP) 등 관련 소재부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 후방 산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만약 2020년 애플 OLED 수요 대부분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따낸다면 국내 OLED 산업이 성장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