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가 초호황을 맞았다. '삼한사미'라 불릴 정도로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수요가 껑충 뛰었다. 그러나 정작 제품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는 막막하기만 하다. 성능을 알 수 있는 마땅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를 보여 주는 인증제도가 있지만 인증마다 기준도 다를 뿐만 아니라 복잡해서 정확한 정보는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명확한 성능 기준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민간 영역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 인증제도는 많지만 정작 성능 평가에 필요한 제도가 없어 애꿎은 소비자의 한숨만 늘어나고 있다.
공기청정기 성능을 알려 주는 인증제도는 4개 정도다. 국내에서는 'CA'와 'KS'마크가 대표적이다. CA는 한국공기청정기협회, KS는 한국표준협회가 각각 부여한다. 해외에서는 미국 CADR, 유럽알레르기연구재단(ECARF) 인증을 주로 사용한다. 제도도 많지만 기준도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CA와 KS마크는 전반적인 공기정화 능력을 보여 준다. 민간이나 공공이냐 차이만 다를 뿐이다. 청정 능력 위주로 전체 성능을 알기 어렵다. CADR는 정화된 공기가 얼마나 많이, 빠르게 퍼져 나가는지를 나타낸다. 수치가 높을수록 청정 성능이 좋지만 0.3마이크로미터(㎛) 이하 물질의 효율성은 알 수 없다. 냄새와 가스도 측정하지 않는다. 기본 성능 보장은 가능하지만 상세한 평가 지표로는 쓸 수 없다. 가장 중요한 필터는 인증보다 소비자가 일일이 종류를 확인해야 한다. 그나마 있는 인증제도는 업계 자율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
공기청정기 성능을 알 수 있는 기준을 직관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인증을 확인하는 배경은 제품 성능을 한눈에 확인해서 선택 기준으로 삼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직관적이어야 한다. 자기 제품 특성이나 강점에 맞게 인증제도가 이용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유리하겠지만 소비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정부는 민간 영역이라고 떠넘기지 말고 제품 성능을 신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정도는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