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꿈과 아이디어,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찬 창업기업들에게 은행의 문턱은 아직도 높다”며 “정부는 과거의 금융관행을 벗어나 미래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혁신금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 참석해 '은행여신시스템'을 전면개편해 혁신 중소중견기업에 3년간 100조원 자금을 공급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애플과 아마존은 혁신금융의 도움으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부동산담보와 과거 실적 위주의 여신 관행이 혁신 창업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담보가 충분한 대기업에 비해, 혁신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에게 금융의 문은 너무 좁아 '금융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혁신금융 비전은 이러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혁신금융은 기존 부동산 담보와 보증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업 대출을 기술력만 있어도 가능케 하고, 그간 벤처캐피털(VC) 중심으로 이뤄졌던 투자도 대규모 모험자본을 투입해 대형화한다는 게 골자다. 특히 올해부터 기계, 재고, 매출채권과 같은 동산과 채권, 지적재산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산을 포괄적으로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일괄담보제도'를 시행한다
문 대통령은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대표적인 혁신기업을 보면, 기술력과 미래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가치 보다 시장이 평가한 기업가치가 훨씬 크다”며 “이제 우리도 부동산담보와 과거 실적이 아닌, 아이디어와 기술력 같은 기업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통합여신심사모형'도 구축할 것”이라며 “기술력이 있으면 신용등급이 높아지도록 하는 것으로, 앞으로 기술력 있는 창업기업의 자금조달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혁신기업에 충분한 모험자본이 공급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바이오산업 등 혁신업종에 수익성과 원천기술, 미래 자금조달 가능성 등을 반영한 차별화된 상장기준을 마련해, 코스닥 상장의 문을 넓힌다. 코넥스 기업이 코스닥으로 신속하게 도약할 수 있도록, 상장 심사기준도 완화한다.
문 대통령은 “과거 전통 제조업 기준으로 마련된 심사기준 때문에 거래소 상장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혁신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대거 진입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지난 3년간 코스닥에 신규 상장된 바이오와 4차산업 기업 수가 38개였는데, 앞으로 3년간 80개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혁신을 위해 3년간 관련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12조5000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관광, 보건의료, 콘텐츠, 물류 등 유망서비스산업에는 향후 5년간 60조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한다.
문 대통령은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패가 있을 수 있고, 금융기관의 손해도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가 혁신산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해당 임직원의 고의, 중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면 적극적으로 면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시스템을 개선하고, 정책금융을 통한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는 등 금융과 기업인의 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특히 혁신금융이 지속적인 동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합동 TF'를 신설하여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