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분야, 80개 기업 코스닥 올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정부가 부동산 담보 없는 기업도 기술력이나 미래 성장성이 있으면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기업 금융 체제를 전면 개편한다. 3년 동안 혁신 중소·중견기업에 100조원 규모의 여신을 제공한다. 자본 시장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을 15조원으로 대폭 확대한다. 4차 산업혁명 분야 80개 기업 코스닥 상장이 목표다. '제2 벤처붐 확산'에서 기업의 혁신 성장 견인을 위해 금융부터 혁신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전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서 “꿈과 아이디어, 기술 자신감으로 가득 찬 창업 기업에 은행 문턱은 아직도 높다”면서 “정부는 과거의 금융 관행에서 벗어나 미래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혁신 금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기업과 금융이 함께 가는 새로운 길'을 주제로 열렸다. 문 대통령은 '은행여신시스템'을 전면 개편, 혁신 중소·중견기업에 3년 동안 100조원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혁신금융 대책의 핵심은 기업 금융 고도화다. 기존의 금융 관행이 담보가 충분한 대기업에 비해 혁신 시도 기업에는 불합리하고 걸림돌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금융 양극화'로 진단했다.

정부는 올해 지식재산권(IP)과 기술력, 매출채권 등 다양한 자산을 종합 평가해서 기업이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한다. 기업의 유·무형 자산, 기술력, 영업력 등 미래 성장성을 종합 평가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기업 대출을 담보 위주에서 사실상 기술금융 대출로 전환한다. 3년 동안 공급하는 100조원 규모의 여신 가운데 90조원이 기술금융에 쓰인다.

문 대통령은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혁신 대표 기업을 보면 기술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가치보다 시장이 평가한 기업 가치가 훨씬 크다”면서 “이제 우리도 아이디어와 기술력 같은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본 시장을 통한 대규모 모험자본도 공급한다. 기업 대출만으로는 혁신 성장을 위한 자금 수요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업당 투자 금액 한도를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대폭 늘려 유니콘 스타트업 스케일업을 지원한다.

정책 자금은 전통 제조업 재편과 서비스 산업 혁신에 집중 투입한다. 자동차 부품 등 주력 산업 중소·중견기업에 3년 동안 최대 12조원, 관광·헬스케어·콘텐츠·물류 등 4대 서비스 분야 중심으로 5년 동안 60조원을 각각 투입한다. 이를 통해 17만명에 이르는 고용 창출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이날 정책을 두고 2000년대 초 일어난 '벤처거품'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풍부한 유동성을 소화할 수 있는 기업 발굴에 앞서 대출 문턱부터 낮추는 모양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체계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칫 '무늬만 기술벤처'를 양산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우수 기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춤형 산업정책 수립도 과제로 지적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 후 정부, 금융기관 관계자와 환담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 후 정부, 금융기관 관계자와 환담했다. <사진 청와대>

문 대통령은 “앞으로 기술력 있는 창업 기업의 자금 조달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혁신 금융이 동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