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차세대 에듀파인 시스템 구축 사업에 오라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KERIS가 특정 제품 구매를 선택하면서 국산 제품은 경쟁 기회조차 잃었다. 업계는 KERIS 일방적 DBMS 선택은 공정경쟁에 어긋난 처사라고 비난했다.
KERIS는 차세대 에듀파인 시스템 DBMS 도입 공고를 내고 48억원 규모의 오라클 DBMS를 추가 구매한다고 적시했다. 에듀파인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차세대 에듀파인은 2008년에 도입한 지방교육 재정시스템과 2010년에 구축한 업무시스템을 통합, 재정 투명성 및 건정성 강화를 위해 기획됐다. 올해 안에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 7월까지 통합 시스템으로 데이터 이전을 끝낸다.
차세대 에듀파인은 10년 만에 새롭게 주요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도입하는 대형 공공사업이다. 지난해 사업 발주가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정이 미뤄지면서 올해 초부터 사업 공고가 시작됐다. 1년여를 기다린 만큼 업계 기대가 컸다.
KERIS가 주요 SW인 DBMS를 오라클 구매로 확정하면서 업계 불만이 고조됐다. 최소한의 기술 경쟁 기회조차 박탈했기 때문이다. KERIS는 특정 물품(오라클 DBMS) 도입 사유서를 공개했다. 현재 에듀파인 시스템이 오라클 DBMS로 구축됐다.
KERIS는 오라클 선택 이유로 개발 기간 단축과 예산 절감을 꼽았다. KERIS는 2017년에 차세대 에듀파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 결과 기존의 DBMS(오라클) 유지가 변경보다 예산 절감과 개발 기간을 단축시킨다고 설명했다. 기존 에듀파인 자료를 그대로 이관해 운용하는 상황에서 DBMS 교체로 인해 위험성(성능, 오류) 제거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DBMS 변경 불가를 공지했다.
업계는 KERIS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산 SW업계 관계자는 21일 “국산이 외산보다 비용이 싸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면서 “외산 DBMS를 국산으로 교체한 국내 주요 사례만 500곳이 넘는데 교체로 인한 위험성을 제기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DBMS를 사용하라고 무턱대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공정 경쟁 입찰 기회만 달라고 요청했지만 KERIS는 2년 전 컨설팅 결과만을 계속 얘기한다”면서 “공공사업 가운데 경쟁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은 곳은 KERIS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KERIS 차세대 에듀파인 사업의 공정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KERIS는 DBMS 구매뿐만 아니라 이보다 앞서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구매 과정에서도 일방적으로 특정 제품을 구매, 구설에 올랐다. 당시 KERIS는 30억원에 이르는 UI·UX 솔루션을 경쟁 입찰 없이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특정 제품으로 일괄 구매했다. 녹색제품 우선구매제도에 따라 녹색인증 제품을 우선 고려해야 했지만 이 역시도 무시된 채 구매가 진행됐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에듀파인 사업은 지난해부터 SW업계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기대한 사업”이라면서 “공공 대표격인 교육부 산하 기관에서 공정 기회조차 주지 않는 처사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