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2014년 1월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14명의 정치권 인사, 군인과 경찰, 고위 공무원 출신 등에게 고액의 급여를 주고 로비에 활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이들에게 공식 업무 없이 자문 명목으로 수천만원~수억원을 지급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위촉된 'KT 경영고문' 명단을 확보해 공개했다.
KT는 정치권 인사 6명, 퇴역 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 등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하고 매월 자문료 명목 보수를 지급했다. 자문료 총액은 약 20억원에 이른다.
친박 실세로 꼽히는 홍문종 의원 측근은 3명이나 위촉됐다. 이들은 각각 홍 의원 정책특보, 재보궐선거 선대본부장, 비서관을 지냈다.
위촉 당시 홍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 위원장이었다.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KT 경영고문으로 활동한 남 모 씨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18대 대선 박근혜 캠프 공보팀장을 지냈다.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성범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매월 603만원을 받고 KT 경영고문으로 활동했다.
군, 공무원 출신 경영고문은 정부 사업 수주를 도운 것으로 이 의원은 추정했다. 2016년 KT가 수주한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 입찰 제안서에는 경영고문 남 모 씨가 등장한다.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 육군정보통신학교장 등 군 통신 분야 주요 보직을 거친 예비역 소장이다.
KT와 직접 업무관련성이 있는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안전처, 행정안전부 고위공무원 출신도 경영고문에 위촉됐다.
이철희 의원은 “KT는 경영고문 활동 내역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KT 임직원도 이들 신원을 알지 못한다”면서 “막대한 급여를 자의적으로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쳐 업무상 배임 등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관계자는 “관련부서 판단에 따라 경영상 도움을 받기 위해 정상적으로 고문계약을 맺고 자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