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는 어떤 것을 사야 하나요?”
최근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가전 분야를 취재하다 보니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는 편이지만 공기청정기에 쏠린 관심이 압도한다. 관련 기사를 자주 썼기 때문에 나름대로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니 갑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소비자가 공기청정기의 일반 성능을 알아 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신형 공기청정기를 출시하고 있다. 글로벌 가전사는 자국보다도 한국에서 공기청정기를 먼저 내놓을 정도다. 미세먼지 때문에 본의 아니게 '공기청정기 강국' 반열에 오른 현실은 아쉬운 면도 있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성능 검증이 부족하거나 부적절한 제품도 제한 없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현재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 질서는 엉망”이라고 우려했다. 학계 전문가는 “기업, 소비자, 시장 모두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시장 몸집만 커졌다”고 꼬집었다.
공기청정기는 다른 가전과 달리 제품의 성능을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안 된다. 이 때문에 제품 소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시중에 판매되는 국내외 제품은 천차만별이다. 회사마다 자사 제품의 우수성 홍보에 여념이 없다. 각자 다른 인증을 부각시키거나 외부 또는 자체 성능 평가를 근거로 내세운다. 소비자는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소비자가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구석은 인증이다. 그런데 제품에 붙은 인증 지표는 암호나 다름없다. 오존발생량, 집진효율, CADR 등 복잡한 용어가 난무한다. 국내외 인증 모두 이해가 쉽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인증 기준이 낮거나 부적합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소비자가 제품 성능을 판단할 근거로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한국은 공기청정기의 글로벌 최전선 시장이다. 청정기는 필수가전 반열에 오른 만큼 누구나 제품 성능을 알아보기 쉽게 해서 마음 편하게 고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우수한 제품이 더 많이 팔리고, 소비자도 합리적 쇼핑을 할 수 있다. 업계와 정부가 글로벌 기준으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공신력 있는 성능 검증과 직관적인 성능 표시를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