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43>SK이노베이션 美 배터리공장 기공식을 바라보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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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루즈 산업(Footloose industry). 사전에서 내리는 정의는 '자원, 토지, 노동, 자본 같은 생산 요소의 영향 없이 어느 장소에나 위치할 수 있는 산업의 총칭'이다. 실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 단어를 상기시키는 한 사건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있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은 '조지아주에 전기차용 초대형 배터리 공장 설립'이라는 제하로 기사를 송고했다. SK이노베이션이 이날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는 내용이다. 투자 규모는 2025년까지 16억7000만달러, 생산 규모는 전기차 17만대용 9.8GWh이다. 4.7GWh 규모인 충남 서산 공장의 두 배가 넘는다. 기공식에는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이 참석했다고 하니 꽤나 떠들썩한 행사였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 우리가 이 뉴스를 접하며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은 왜 SK이노베이션이 한국 공장을 증설하는 대신 해외에 새 공장을 짓기로 했는가가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이 왜 한때 복숭아로 유명하던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기로 했느냐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이유는 SK가 납품하기로 한 폭스바겐 공장이 멀지 않은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있는 데다 이스턴 선벨트에는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상 바로 옆 앨라배마주에는 다임러와 현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는 볼보·BMW·다임러, 같은 주 웨스트포인트에는 기아차가 있다.

그러나 새 SK 공장이 들어설 커머스에서 폭스바겐 공장이 있는 채터누가까지는 173마일, 어림잡아 2시간 30분 거리니 어찌 보면 꼭 이것이 절대 이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AJC가 송고한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과의 일문일답 기사를 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엿볼 수 있다.

문: 선벨트에는 조지아주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이 있는 테네시주, 다임러와 현대가 있는 앨라배마주가 있습니다. 게다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는 다임러는 물론 볼보, BMW도 있습니다. 왜 하필 조지아인가요?

답: 실상 모든 주에서 세금 혜택은 비슷했습니다. 우리 결정에는 세금 혜택 외의 다른 요소가 있었습니다. 조지아주 공무원에게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려는 열정을 느꼈습니다. 퀵스타트 프로그램도 도움이 됐습니다.

이 소식을 다시 전하는 한 국내 언론은 축구장 156개를 지을 수 있는 112만㎡ 공장 용지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전기·용수 같은 인프라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SK가 미국 시간으로 새벽에 최후 제안을 했을 때 1시간 만에 주지사 승인이 나올 정도로 빨리 대응했다고 보도했다. 기업이 신속하게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돕는 퀵스타트라는 인력 교육 프로그램 제공은 물론이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기자의 마지막 질문은 공장 설립과 관련해 미국 중앙정부 정책이 조지아주로 오게 하는데 역할을 했는가였다. 답변은 '아니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예스'인 듯하다. 직접은 아닐지 몰라도 외국 자동차 메이커 선택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외국 기업 또는 우리 기업에 우리는 얼마나 좋은 제도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미국 같은 큰 시장이 아니라면 무엇일지 등 어떻게 해야 할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기술과 사람마저 뒤처진다면 답은 막막해 보인다. 그동안 꽉 막힌 제도가 있다면 풀어야 하고, 공무원 전문성도 높여야 하겠다. 정말 1시간 만에 주지사 승인을 받아낸 것이 틀림없다면 생각해 봐야 할 게 한참 더 늘어나는 셈이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