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인공지능(AI) 연구실 뒤편 운동장. 바람에 흔들리는 누런색 잔디밭 위로 검은색 드론 10대가 5대씩 2줄을 이뤄 펼쳐져 있었다. 항우연이 새로 개발한 드론 군집비행 기술을 시연하기 위한 군집비행 대형이다.
노트북으로 제어 시스템을 다루던 문성태 AI연구실 선임연구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문 연구원은 10대 규모 군집비행을 시연할 예정이다. 얼마 전 3·1절을 앞두고 공개한 100대 규모 군집비행 영상에서 사용한 바로 그 기술을 활용한다.
“3·1절 태극기 비행 영상 때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드론을 어떻게 제어하는지, 항우연이 보유한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할 겁니다.” 문 선임연구원이 활짝 웃으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가 펼쳐 보인 노트북 화면에는 드론 위치와 간격이 3차원 영상으로 떠 있다. 옆에 있던 김도윤 연구원이 노트북을 조작하자 드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쒸잉~' 10대 드론이 동시에 떠오르며 내는 프로펠러 회전 소리가 힘차게 들렸다. 동체가 바람을 타 조금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내 제자리를 찾아 허공에 멈췄다가 잠시 후 고도를 높였다. 사람 키보다 조금 높이 올라가 멈춘 드론은 '1자' 대형을 이뤄 시계바늘처럼 평행으로 원을 그리며 360도 회전했다. 대열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대열 중앙에 위치한 드론은 조금씩, 바깥쪽 드론은 더 많이 움직이며 대형을 유지했다. 정밀한 움직임이었다.
“'실시간 이동측위 위치정보시스템(RTK-GPS)'을 이용한 정밀 제어 시스템으로 이렇게 정확한 군집비행이 가능합니다.” 김 연구원이 설명을 시작했다. RTK-GPS는 지상에 추가로 위성 신호를 받는 고정형 안테나를 설치, 드론에 '보정신호'를 전달해 오차를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m 수준이던 기존 드론 위치 오차를 수 ㎝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드론 비행장소에서 30m쯤 떨어진 곳에 카메라 삼각대 같은 고정 장치 위로 작은 안테나가 서 있었다. 안테나는 군집비행에 쓰는 노트북, 손바닥보다 작은 모듈형 수신 장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와이파이 장치 등과 연결돼 있었다. 단촐한 구성으로 휴대도 편해 보였다.
“움직이는 궤적은 모두 드론에 내장하고, 보정신호만 추가로 보내는 방식이어서 간단한 장치로 정밀한 드론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또 보정신호는 전송량이 매우 적어 이론상 수 천대 드론까지 한 번에 제어할 수 있습니다.” 함께 자리한 이돈구 선임 연구원이 거든다.
공중에 있던 드론은 몇 번 더 회전을 거듭하다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겉보기에 비행하기 전 대형과 다른 점이 없었다.
문 선임이 보여준 군집비행 기술은 군집비행 정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고 제어 대수에 제한이 없어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이다. 기업에도 이전했다.
“드론 군집비행 기술을 단순한 문화공연에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재난안전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다수 드론을 자율비행하도록 날려 조난자를 수색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문 박사가 밝힌 향후 연구계획이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