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놓고 중국과 각축을 벌이는 미국이 유인 달 탐사시기를 대폭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3월 26일(현지 시간) 헌츠빌 우주로켓센터에서 열린 '국가우주위원회' 회의에서 앞으로 5년 뒤인 2024년 내에 우주비행사를 달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세운 기존 목표를 최소 4년 이상 앞당기는 것이다. 미국은 당초 2028년 유인 달 탐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2030년대에는 화성에도 우주인을 보낸다는 원대한 계획 일환이다. 펜스 부통령이 밝힌 시점인 2024년에는 달에 실제 우주인을 보내기 앞서 무인탐사선을 착륙시키는 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유인 달 탐사 시기를 앞당기려는 미국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국이 과거 달 탐사 경험을 갖추고 있지만 앞으로 추진할 계획은 이전에는 꿈꿀 수밖에 없던 새로운 시도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처음으로 달에 사람을 보낸 나라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970년이 되기 전 사람을 달에 보내겠다”고 1962년에 밝힌 뒤 꼬박 7년 만에 성공했다.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1969년 7월 달 표면에 첫 발을 내딛었다. 미국은 이후 1972년까지 달 탐사를 했다. '사람을 달에 보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 이상 진전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있을 시도는 다르다. 미국은 새로운 달 탐사를 통해 달에 사람을 머무르게 하고 정기적으로 지구와 왕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문제는 탐사 기간이 길어지고 임무 난이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섣부르게 시점을 앞당길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큰 우려는 기술 개발에 있다. '착륙선'이 가장 큰 문제다. 착륙선을 쏘아올릴 로켓 분야에서는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착륙선 개발은 아직 시작 단계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 복안대로라면 늦어도 2023년에는 무인 착륙선을 달에 보냈다 귀환시켜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광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부장은 “기술 개발을 이끌 미 항공우주국(NASA)은 저력이 있는 곳으로 실제 가능성 여부를 쉽게 가늠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착륙선 개발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기간을 맞추기가 빠듯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적잖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렇게 조급증을 보이는 이유는 중국 우주개발 기술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 1월 달 탐사선 '창어 4호'를 달 뒷면에 처음으로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달 뒷면은 지구로부터 통신이 닿지 않아 착륙선 제어가 어려운 곳으로 이번 성공이 가진 의미가 매우 크다. 중국은 끝내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창어 4호 탐사로봇 내부에서 식물 생육실험에도 도전했다.
미국의 조급증 이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이 있다는 추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대비해 조금이라도 일찍 우주분야에서 성과를 내려 한다는 설명이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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