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에 투자할 때 어떤 기준을 참고해야 합니까.”
금융감독원 카드사 실적 발표 때 나온 질문이다. 최근 금융 시장에 불확실성이 하나 더 추가됐다. 카드사 실적을 놓고 금감원과 카드업계가 매번 실적 발표 때 서로 다른 회계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회계 기준을 놓고 금감원은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 따라 집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카드업계는 국제회계 기준인 IFRS에 따라 산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과거부터 해 왔으니 이를 따라야 한다는 쪽과 세계적으로 통용하고 IR 등 대외적으로 사용되는 기준을 사용해야 한다는 쪽이 대립하는 것이다.
두 가지 기준이 보이는 실적 차이도 극명하다. 금감원이 발표한 감독규정상 카드사 순이익과 IFRS 기준 순이익이 모두 소폭 감소했지만 그 차이는 갑절 이상이 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카드사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감독규정이 IFRS 기준보다 강화돼 충당금 적립액 차이만큼 순이익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이 감독규정과 IFRS 기준을 모두 감안해서 투자하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투자자 선택에 책임을 넘긴 것이다.
시장은 다르다. 투자자들은 금감원과 카드사가 다르게 주장하는 순이익 때문에 혼란스럽다. 현재 카드사 가운데에는 삼성카드가 코스피에 상장돼 있다.
금감원 말처럼 투자 선택은 투자자 몫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금융 시장에서 나오는 불확실성은 자칫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장기화하면 더 큰 사회적 혼란도 야기할 수 있다.
물론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고 책임이다. 그러나 금감원과 카드사가 서로 내세우는 각기 다른 회계 기준은 자칫 다른 기준을 보고 투자했다가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단순히 투자자 선택에 맡기는 게 맞는 것일까?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은 최악의 악재다.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일관된 회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