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빅딜 문서 내용이 공개됐다. 문건에는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핵원료를 모두 미국으로 반출하고, 기술자들을 민간 분야로 전직시키는 등 사실상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요구가 담겼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 문서 내용을 확인했다며 미국은 핵뿐 아니라 생화학 무기와 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업무오찬이 돌연 취소된 이유에 대해 북한과 미국 모두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이 문서가 회담 결렬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빅딜 문서에는 북한 핵 폐기를 위한 4대 요구가 포함돼 있다. △핵 프로그램의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사찰단의 완전한 접근 허용 △핵 관련 모든 활동 중지와 새 시설물 건축중단 △모든 핵 인프라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과 과학자 및 기술자의 상업적 활동으로의 전환 등을 핵심요구 사항으로 포함시켰다.
미국은 지난해에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북한 비핵화 목표 표현을 수정했다. 하지만 하노이에서 건넨 빅딜 문서에는 북한이 그토록 강하게 거부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가까웠다.
핵물질과 핵무기의 미국 반출은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은 리비아식 모델과 닮았다. 핵 과학자와 기술자 전환은 핵 폐기 이후 이를 다시 복원하기 어렵게끔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강경한 비핵화 정의로 볼 수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협상은 교착 상태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2일 추가 제재 철회를 트위터로 지시하면서 다시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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