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이 1일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1989년 4월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 출발, 오늘에 이르렀다. 기보는 국내에서 척박한 '기술금융' 역사를 쓴 주역이다. 기술로 돈을 빌린다는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에 특허 등 지식재산권만을 믿고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초기의 주먹구구식 업무에서 이제는 과학적인 평가시스템도 갖췄다. 1997년에 국내 최초로 기술평가센터를 세워서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스템은 국내특허는 물론 국제특허 등록을 받을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보증 지원 규모도 크게 늘었다. 2004년에 총 보증 지원 규모가 첫 100조원을 돌파했다. 100조원을 넘어선 지 7년 만인 2011년에는 200조원을 달성했다. 기술평가 건수는 올해 3월 말 기준 66만건에 이르고, 총 보증 규모는 345조원에 달한다. 신생 기업이나 벤처기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닥 등록기업 1351개 가운데 82.3%인 1112개, 유니콘기업 6개 가운데 4개 기업이 기보 보증 지원을 받았다.
기보 앞에 놓인 과제는 두 가지다. 먼저 내부 역량을 더 키우는 문제다. 기보는 기술 금융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고율에 민감하다. 기술특허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이지만 아직은 이를 뒷받침할 조직 역량이 떨어진다. 맨파워도 키워야 하고 관리와 평가 능력 수준도 높여야 한다.
또 하나는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 기보는 기술력이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에 천군만마 같은 존재다. 기술로 창업하고 성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략 파트너다. 그러나 아직도 문턱은 높다는 데 일반적이다. 지난해 연대보증제도가 폐지되면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겉만 번지르한 껍데기 기업은 걸려내야겠지만 업력은 짧아도 기술 경쟁력이 있는 알짜배기 기업에는 과감하게 문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정윤모 이사장이 언급한 대로 '중소벤처기업의 혁신 성장을 이끄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