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이 맞는 사람이 좋을까? 마음이 끌리는 사람을 택할까?
영화 '브리짓존스의 베이비'의 주인공 '브리짓'은 훈남 2명을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선택이 쉽지 않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잘 맞을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고 분석한 사람보다 궁합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게 끌리기 때문이다.
영화 속 과학을 믿는 남자, 연애정보회사 대표 '잭 퀀트'는 과학과 수학으로 인연을 찾고, 사랑을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브리짓에게 수많은 사람의 직업, 거주지, 취미, 특기, 성격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만난 인연인 만큼 행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사람은 상대방이 나와 잘 맞는지 알고 싶어한다. 관계가 발전된 이후 서로에 대한 실망과 싸움이 두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탐색 과정을 거친다.
요즘은 이 탐색 과정을 영화에서처럼 AI와 빅데이터가 대신 해주는 데이팅 서비스가 늘고 있다. 2012년 출시 이후 일본과 대만에서 큰 인기를 끌고 국내에 진출한 소개팅 앱 페어즈는 취미와 직업, 거주지 등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간 궁합을 산출하고, 서로를 소개한다.
노래가 취미인 사용자와 콘서트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용자간 궁합이 높거나, 여행을 좋아하는 사용자와 사진 촬영이 취미인 사용자가 서로 매칭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 기업 '런치 액추얼리 그룹'이 선보이는 소개팅 앱 '바이올라 AI'는 AI에 더해 블록체인까지 활용한다. 가입을 위해 사용자가 영상을 촬영해 등록하고, AI는 얼굴을 분석해 등록 사진과 일치하는 인물인지 판별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미지 도용 등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런치 액츄얼리 그룹은 데이터 11억건을 분석해 가짜 사진 검증 기술을 확보했다. 바이올라 AI는 사진을 비롯해 사용자 정보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안전하게 보관한다.
영화 속 브리짓은 결국 AI와 빅데이터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믿기보다 자신의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점점 나 자신의 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현 사회에서, 시간을 절약하고 또 나를 보호하기 위해 AI와 빅데이터 같은 신기술의 힘으로 인연을 찾는 사람이 점점 많아질지도 모른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