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달라진 다이슨, 소비자 눈높이 더 맞춰야

[기자수첩]달라진 다이슨, 소비자 눈높이 더 맞춰야

다이슨이 달라졌다. 신제품 기자간담회에서 강화된 사후서비스(AS) 대책을 밝혔다. 과거의 의례적이고 모호한 대책에서 크게 진전했다. 직영점 출범과 72시간 내 수리, 접수 창구와 엔지니어 확대, 대체품 대여라는 구체화한 방안을 약속했다. 줄기차게 제기된 소비자 불만을 반영했다.

한국 시장은 다이슨에 중요하다. 지난해 매출 44억파운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서 발생했다. 한국 시장은 무선청소기 돌풍으로 아시아 매출 성장세를 주도했다. 10여명이던 다이슨코리아 직원은 1년 만에 80여명으로 늘었다.

선풍적 인기에도 소비자가 겪는 불편은 컸다. 부실한 AS 인프라 비판이 지속 제기됐다. 이번 대책에 혹자는 “진작 내놨어야 할 대책을 너무 늦게 내놨다”고 비판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가시적 변화가 있어 다행이다.

다이슨이 풀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가격 차별 논란이다. 신형 무선청소기 V11의 국내 소비자가는 109만~119만원이다. 영국보다 약 40만원 비싸다. 관세, 물류비에 구성품 등이 추가되면서 가격이 뛰었다는 게 다이슨 설명이다.

소비자가 해명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국가별 가격 차이는 불가피하지만 소비자 정서상 40만원 차는 크다. 이미 국내에는 '다이슨은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판다'는 인식이 있다. 다이슨 직구 인기는 시장에 퍼진 인식을 보여 준다.

다이슨은 국내 가전 시장 정착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외산 브랜드다. 상 중심 무선청소기 유행을 선도했고, 삼성전자·LG전자 양강 구도를 깨뜨렸다. 프리미엄 이미지에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독창적 제품으로 히트를 쳤다. 해외 유력 브랜드의 다수가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음을 고려하면 다이슨 선전은 이례적이다.

새로운 경쟁자는 국내 업계에도 '메기' 역할을 한다. 지루한 삼성·LG 양강 구도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기업은 경쟁하면서 더 좋은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 편익은 커진다. 이런 점에서 다이슨이 선전하길 바란다. 다만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는 더 맞춰야 한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