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데 지불하는 평균 비용(SMP·계통한계가격)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SMP 상승은 한전에 원가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에 적자를 기록한 한전 경영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콩(원료) 값이 오르면 두부(전기) 값도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하는 민감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신중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최근 SMP 급상승을 계기로 에너지 업계는 물론 정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전기요금 현실화 이슈를 점검한다.
◇SMP 급상승, 왜?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SMP는 1㎾당 60~90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부터 월평균 SMP가 101.82원을 기록하더니 △2018년 11월 104.59원 △2018년 12월 109.34원 △2019년 1월 110.78원 △2019년 2월 104.64원 △2019년 3월 111.95원을 기록했다. 난방 수요 급증으로 전기 사용이 많은 계절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예년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SMP 상승은 저렴한 원전·석탄 발전량이 감소한 반면에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SMP는 가장 저렴한 발전원인 원전에서부터 비싼 발전원인 LNG 발전소가 순서대로 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원전과 석탄 발전량이 줄어드는 대신 그 빈자리를 LNG 발전소가 채워갈수록 SMP가 상승하는 구조다.
지난해 원전 발전 비중은 23.4% 수준으로, 전년보다 3.4%포인트(P) 줄었다. 원전 이용률도 2015년 85.3%에서 2016년 79.7%, 2017년 71.2%, 2018년 65.9%로 꾸준히 감소했다. 정부는 원전 정비일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부정 현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다수 원전이 콘크리트 외벽 공극 문제 해결을 위해 수리 중인 상황에서 에너지전환 정책과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화력 발전량까지 줄어들면서 LNG 비중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SMP 상승 요인은 원전·석탄 발전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사실상 정부가 키를 쥐고 있기 때문에 한전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SMP 상승 요인을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원전·석탄 발전이 가동하지 않는 만큼 상대적으로 비싼 LNG를 돌려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 vs 원전발전량 증가
한전이 지속가능한 경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인상하거나 원전 발전 비중이 증가하는 것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전이 현 정권 초기부터 산업용 경부하 요금제 개편 카드를 언급하는 등 요금체계 변화를 유도하려는 이유다.
문제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원전·석탄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라는 점이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분명하지만, 그 부담을 감내하면서 숙제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한전은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면 신중하게, 원전 발전량을 늘려야 한다면 기존 입장을 일부 철회하더라도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유불리를 분명히 따져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기요금 현실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수준은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전기요금 수준이 세계적 추세를 고려했을 때 상승 여력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산업동향&이슈'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109.1달러/MWh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저렴하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18%가량 전기요금이 비싸고, 일본은 100%를 크게 웃돌았다. 독일은 한국 전기요금보다 무려 215% 높게 나타났다.
OECD 평균보다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인한 에너지 과소비 현상도 극복 과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7년 우리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OECD 국가 평균보다 40%가량 많았다. 에너지 업계에서도 전력을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손실이 우려된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및 초연결시대로 진입하면 기존보다 전력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지만, 고효율 설비 보급을 통해 전력 수요를 상충·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전력 상황 변화에도 전기요금이 고착화되면 설비 투자 부진 등으로 인한 에너지 업계 불확실성도 함께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