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인가?]<4> 게임 과몰입 진짜 이유는 '부모'

정의준 건국대 교수
정의준 건국대 교수

청소년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는 게임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 게임과몰입은 게임 그 자체보다 자기통제력과 학업 스트레스와 같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두 가지 변인은 부모 태도에서 기인한다는 게 요지다.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한국 10대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종단연구를 시행했다. 변화 추적과 게임이용영향, 게임과몰입 원인에 대한 탐색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게임과몰입 보고가 유럽·북미보다 한국·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현저하게 높은 점에 집중했다. 특히 10대 청소년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지역 문화적 독특성을 고려한 연구 필요성을 느꼈다.

정 교수는 “서구와 아시아 청소년 사이에 큰 차이 중 하나는 대학 진학에 대한 가치”라며 “유럽, 북미에서는 게임 중독이 큰 문제가 없다고 보도되고 보고도 별로 없지만 한국, 중국 10대에게 유독 높게 나타나는 것에서 연구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지심리적 견해와 병리적 관점으로 접근했다. 인지심리적 관점에서는 게임과몰입 요인을 자기통제력으로 병리적 관점에서는 게임 이용시간으로 본다. 두 가지 요인을 기준으로 분석을 진행한 결과 자기통제력이 게임과몰입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정 교수는 “게임을 하는 시간과 자기 통제력, 학업 스트레스 상관관계를 비교해보면 게임을 하는 시간 자체보다 학업 스트레스와 자기 통제력이 게임 과몰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학업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본인 자신을 통제하는 힘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업 스트레스가 부모의 지나친 통제와 간섭, 과잉 기대, 교사와 관계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자기통제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게임 이용시간이 아니라 청소년 학업 스트레스”라며 “학업 스트레스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건 부모 과잉간섭과 양육태도”라고 설명했다.

즉 게임과몰입을 야기하는 주된 영향요인은 게임 이용 그 자체보다는 학업 스트레스로 말미암은 청소년 자기통제능력 저하이며, 학업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은 부모 양육방식과 태도라는 결과다.

부모 양육태도가 일시적으로라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증가하면 자녀 자기통제력과 학업스트레스 등은 급격히 악화되는 것도 확인했다. 부모 자기통제력과 고독, 우울이 자녀 자기통제력 스트레스, 공격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국 자녀 게임과몰입을 증가시켰다.

정 교수는 “부모 양육태도와 부모 사회심리적 변인이 청소년 사회심리적 변인에 영향을 준다”며 “결국 부모가 자녀 게임과몰입에 이르게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 과몰입에는 자기통제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기통제력은 학업스트레스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학업스트레스는 부모 간섭, 과잉기대, 교사와 관계 등이 작용한다.
게임 과몰입에는 자기통제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기통제력은 학업스트레스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학업스트레스는 부모 간섭, 과잉기대, 교사와 관계 등이 작용한다.

연구에서 또 다른 재미있는 결과가 발견됐다. 과몰입군 학생 대부분이 특별한 전문가 조치 없이도 일반군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청소년 게임이용 시간과 과몰입정도는 고정되지 않았다. 매년 50% 이상이 게임과몰입군에서 일반군으로 이동했다. 일반군에서 과몰입으로 이동하는 청소년 비율은 10% 정도다. 5년간 한결같이 게임과몰입으로 남아있는 청소년은 11명으로 1.4%에 불과했다. 과몰입에서 정상군으로 이동한 청소년 사이에서는 자기통제력이 증가하고 학업스트레스가 감소했다. 반대로 정상군에서 과몰입군으로 이동한 학생은 학업스트레스와 부모 일관성이 떨어졌다.

정 교수는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해 마약으로 취급한다고 해도 부모 양육태도나 학업스트레스 등 근본적인 문제를 없애지 않으면 또 다른 무언가가 게임 장애가 될 확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서 게임을 사라지게 하더라도 가정과 학교의 열악한 환경은 청소년 스트레스와 자기통제력 저하를 낳는다”며 “분출구로서 그들은 다른 수단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 과몰입에 대한 접근방식과 정책적 대응방향은 이러한 점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