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장애'가 아시아국가가 정치적 압력을 넣어 추진된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스테트슨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행보에 아시아 국가가 강력하게 압력을 넣었다는 정치적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하나는 중국이고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게임에 대해 정신의학적으로 진단명을 붙이고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퍼거슨 교수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중독 개념을 확장하는 데 왜 게임이 선택됐는지 현재로서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는 가운데 질병화에 강력하게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화를 통한 질환 치료 비용 기금이 유력한 이유로 떠오른다.
그는 “게임 부정효과에 관한 주장은 대체로 과장돼 있다”며 “사회, 학계는 사회 문제에 대해 비난할 부기맨을 찾아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기성세대는 새로운 기술과 매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재즈, 엘비스프레슬리, 벅스바니가 대표적이다. 미국 사회는 새로운 기술과 매체가 어린이·청소년에 끼치는 악영향에 집중했다. 선정성과 폭력성을 부풀렸다. 1980년대에는 오지 오스본 노래와 관련,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기성사회가 강력한 우려를 표하고 규제를 하려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아무도 오지 오스본 음악이 선정성이나 폭력성을 부추긴다고 믿지 않는다.
퍼거슨 교수는 “고대 그리스 시절에도 연극과 희극이 젊은이 정신을 흐린다고 했다”며 “결국 게임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근거 없는 믿음에 의한 도덕적 공황에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질병화를 시도해 실제 문제로부터 주의를 돌릴 수 있다”며 “높은 위양성율(오진) 위험이 존재하고 게임장애에 대한 어떠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슈화가 되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게임이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학계, 학부모, 정부는 끊임없이 논쟁해 왔다. 수십 년 간 관련 연구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영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거의 이뤄진 바가 없다. 그런데도 폭력성, 선정성 그리고 게임 중독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온갖 정보가 넘쳐난다.
게임이 중독으로서 '기능'은 명확하게 판명된 것이 없다. 일부가 게임을 과몰입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단독 정신 장애인지, 약물남용에 비견할 수 있는지, 어떤 측면이 문제가 되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퍼거슨 교수는 오히려 게임이 중독현상에 특별한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은 운동, 음식 먹기, 일, 종교활동, 쇼핑 춤추기, 낚시하기, 고양이 기르기에 이르기까지 여타 과도한 활동을 한다”며 “그중 게임만이 특별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와 근거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고양이와 교감하면서 호르몬이 분비되고 애정 반응 보상을 얻지만 고양이 중독을 질병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중독 9가지 조건에는 게임뿐 아니라 대부분 취미가 해당해 게임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퍼거슨 교수는 WHO 질병코드 도입 추진이 20~30년 후 어리석은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게임이 중독 요인으로 작용하기보다 정신의학적 문제가 기저원인인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불안감이나 우울증, 자폐 등 심리적 변화나 환경적 자극에 대응하는 증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어 “게임 과몰입은 단일 장애라기보다는 증상으로 봐야 한다”면서 “게임 과몰입을 원인으로 착각하면서 잘못된 정책으로 피해가 발생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게임을 겨냥한 정책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증상을 원인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퍼거슨 교수는 표준화된 결과척도와 통계학적 유의미성을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이용장애에 관한 표준화된 연구가 필요하고 결과를 조작할 수 없도록 연구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며 “보다 수준 높은 연구를 통해 게임 과몰입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