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을 향한 새로운 시도가 끊이지 않는 역동적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달라는 선배 스타트업 요구가 빗발쳤다. 대안으로 규제 개선을 주문했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규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8일 공동 개최한 '스타트업이 묻고, 국회가 답하다' 주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는 이같이 진단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는 “누적 투자액 상위 100대 업체 중 57곳이 국내에선 규제에 저촉된다”며 “최근 1년간 누적 투자액 상위 100대 기업 명단에도 국내 스타트업은 단 한 곳도 없다”고 우려했다.
O2O 플랫폼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법률과 규제 이슈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는 당부다. 이 이사는 시급히 손봐야 하는 과제로 통신 중개업과 판매업 간 명확한 구분을 꼽았다. 현재 O2O 플랫폼 운영 업체는 통신중개사업자 허가를 받는다.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개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직접 물건을 파는 통신판매사업자와는 구분된다. 최근 정부 안팎에서는 통신 중개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통신중개사업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타트업은 반대 목소리를 낸다. 규제 준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법 시스템으로 해결 가능한 사적 영역을 행정부가 먼저 나서 규제하는 것은 신산업 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홈쇼핑의 30일 무료 환불 제도는 법이 아닌 기업이 스스로 고객 확보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스타트업이 자발적으로 시장을 선진화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가세 감면이 O2O 플랫폼 성장을 돕는 가장 유효한 정책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이승엽 메쉬코리아 실장은 “부가세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해외 플랫폼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한시적 감면이 필요하다”며 “마진이 낮은 스타트업에는 법인세보다 부가세 감면이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부가가치세는 공급자가 소비자로부터 걷어 납부하는 간접세다. 그러나 플랫폼 내 수많은 공급자는 사업자가 아니다. 부가세를 내기 위한 세금계산서도 발급하지 않는다. 보통 프리랜서 형태로 활동한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O2O 플랫폼이 부가세를 대신 내고 있다.
박제욱 타다 대표는 모빌리티 플랫폼 규제 개선을 제안했다. 차고지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밝혔다. 정해진 지역이 아닌 아무 곳에나 주차한 뒤 반납하면 해당 장소에서 다음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달라는 내용이다. 개인 간 거래(P2P)를 통한 렌터카 임대도 활성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규림 비바리퍼블리카 법무이사는 “핀테크 개인 식별 수단의 통일적 운영 방안이 요구되지만 흩어져 있는 담당 부처 간 의결 조율이 쉽지 않다”며 전담기구 마련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 관계자가 대거 참가했다.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일하 국토교통부 물류시설정보관장은 “시대적 부응에 맞춰 생활물류 서비스 분야 다양한 인센티브,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며 “부가세 감면을 포함해 외국인 노동자 도입, 스타트업에 수도권 유휴부지 제공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상 국토교통부 신교통과장도 “오프라인 중심 교통 시스템 규제가 많다”며 “플랫폼 환경과 맞지 않는 규제는 빠르게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박재진 기획재정부 서비스경제과장은 “이르면 상반기 O2O 플랫폼 활성화 방안을 선보이겠다”며 “통신 중개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강병원 의원은 “신인류를 위해 노력하는 스타트업이 공정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국회가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같은 당 김태년 의원은 “혁신성장 입구에 놓인 규제를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술과 아이디어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공정한 시장을 조성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