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과 애플이 3차원(D) 센싱 기술인 '비과시간법(TOF: Time of Flight)' 채택에 있어 각기 다른 행보를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자사 스마트폰에 TOF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한 반면 3D 센싱에 적극적이던 애플은 TOF 도입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갤럭시 S10 5G부터 A90, 노트10까지' 적극적인 삼성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5G 모델에 TOF를 최초 적용했다. 전면과 후면 카메라부에 적외선 기술을 활용한 TOF를 넣었다.
TOF는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튕겨져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해 사물의 입체감이나 공간 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3D 센싱 기술이다.
삼성은 TOF를 통해 피사체는 또렷하면서 배경은 흐릿하게 하는 심도 촬영과 증강현실(AR) 기반으로 물체의 길이 등을 측정하는 기능을 구현했다.

삼성은 갤럭시S10 5G에 이어 갤럭시A90과 갤럭시노트10에도 TOF를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A90에는 앞뒤로 회전이 가능한 '로테이팅(Rotating)' 카메라부에 TOF가, 노트10에는 고급형 모델 후면에 S10 5G 모델과 유사한 카메라 조합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S10, A90, 노트10은 모두 삼성 스마트폰을 대표하거나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모델들이다. 이른바 전략 제품이기 때문에 삼성은 타사와 차별화되거나 기존에 없던 기술들을 적극 탑재한다. TOF를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에 적용하는 것은 그 만큼 회사가 TOF에 주목하고 비중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애플은 '보류'
애플은 2017년 출시한 아이폰X 얼굴인식(페이스ID)에 3D 센싱 기술을 적용, 스마트폰 시장에 3D 센싱 바람을 일으킨 주역이다. 페이스ID에는 SL(Structured Light)로 불리는 3D 센싱 기술이 쓰였다. 이는 특정 패턴의 적외선을 촬영 대상에 방사, 대상 표면의 모양에 따라 패턴이 변형된 정도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애플은 이후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서비스를 위해 TOF를 준비했다. TOF를 이용하면 거리와 공간 등을 측정해 AR·VR 콘텐츠의 수준을 높일 수 있어서다.
당초 애플은 올해 나올 신형 아이폰에 TOF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 계획이 보류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TOF를 후면에 탑재하려는 이유가 AR·VR 때문인데, 원활한 AR·VR 서비스를 위해서는 5G 통신이 지원돼야 한다”며 “그러나 애플은 올해 5G 아이폰을 출시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TOF도 탑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5G 통신이 없는 상태에서 AR·VR는 시기상조기 때문에 TOF 탑재 계획을 접었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도 올해 아이폰에는 TOF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애플의 AR 애플리케이션들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서 “다른 제조사들과 달리 애플은 올해 TOF를 선보이지 않을 것이며 2020년이 돼야 아이폰에 TOF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했다.
◇TOF, 스마트폰 핵심 부품으로 부상할까
TOF는 3D 센싱을 위한 부품이다. 하나의 완성된 부품으로선 TOF가 상용화는 됐지만 앞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TOF 기술 및 시장 확대의 관건으로 보인다.
삼성은 촬영과 공간 정보 인식에 TOF를 활용했다. 삼성과 함께 올해 처음 자사 스마트폰에 TOF를 도입한 LG전자는 얼굴인식과 제스처 인식에 TOF를 썼다. 그러나 TOF 장점이나 효과가 아직은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에 처음 선보이는 낯선 기술이기도 하지만 킬러 애플리케이션, 즉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서비스가 부족한 탓이다.
트렌드포스는 “TOF가 먼 거리를 인식하는데 유리한 기술임은 분명하지만 얼굴인식에 있어 기존 구조광방식(SL)보다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며 “AR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하고 고해상도 TOF의 경우 아직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채택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애플이 TOF를 채택하는 2020년이 3D 센싱 시장 성장 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