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 보궐선거 참패 이후 내홍에 휩싸인 바른미래당이 사실상 분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태경·권은희·이준석 최고위원 등이 지도부 책임을 주장하며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일부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요구, 재신임 전 당원투표라도 하자고 했는데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지도부 7명 중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둘뿐이었다. 하태경·이준석 권은희 최고위원은 바른정당계로 보궐선거 참패로 지도부 책임론을 주장하며 지도부 사퇴, 조기 전당대회를 공개 제안한 바 있다.
손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선거 지지율 떨어지니 '저 놈 바꿔라' 하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라며 “알력 투쟁에서 벗어나 제3의 당을 추구하고 영호남 통합하는 통합의 정치로 가자”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당 대표를 그만둔다면 누가 할 것인가. 나는 욕심이 없다. 민주주의만 보고 역사만 보고 간다”며 “지금 당 체제를 뒤바꾸려는 사람들, 손학규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의 그 의도가 뭔지 나와 여러분들은 다 안다”고 했다.
이어 “우리 당이 처해있는 위치가 지금은 취약해보이지만 앞으로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균열이 커지고 중간지대 역할 공간이 커질 것으로 확실히 믿는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은 전 당원을 상대로 한 재신임 투표를 주장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최고위원회의에 계속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오늘 아침 손학규 대표를 뵙고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제안했다. 손 대표님은 버티면 길이 있다고 하나, 그건 바른미래당이 망하는 길”이라며 “지난 보선은 바른미래당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채찍질이었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금의 리더십, 비전으론 국민지지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그 책임은 지도부가 질 수밖에 없다”며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더 큰 외면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 앞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저를 포함한 지도부가 일체의 쇄신조치나 재신임 과정 없이 정부 비판이나 타 정당 평가 등을 진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국민의당 계열이다. 당대표를 제외한 6명의 최고위원 중 절반인 3명이 바른정당계다. 거의 반반 구도로 보궐선거 참패를 두고 공방이 심해지면 당 내홍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한줌도 안 되는 기득권에 왜 연연하는가”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도부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손 대표는 당내 여러 움직임을 두고 “분당이다, 탈당이다 이런걸 지금 할 건 아니고 통합을 위해 열심히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