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지금이 현대·기아차 전동화의 터닝포인트

[자동차칼럼]지금이 현대·기아차 전동화의 터닝포인트

차량 전자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구동계의 전자화', 즉 '전동화' 모델에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초미세먼지와 연계된 클린 '디젤 게이트'도 한몫 거들었다. 현대·기아차도 전동화 대세 흐름 속에 터닝포인트를 맞고 있다.

사실 현대·기아차의 신차 개발 로드맵은 일본 토요타를 그대로 추종하는 수준일 때도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성공작이라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가운데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배터리 전기차(BEV), 수소전기차(FCEV)까지 상용화에 성공한 회사는 토요타를 제외하고 현대·기아차가 눈에 띈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잘해 왔다. 그러나 점점 그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한두 해 전에 현대·기아차 전동화 전략과 관련해 모 컨설팅회사 요청으로 자문에 응한 적이 있다. 조언해 준 골자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배터리 내재화와 배터리 관련 팀 상황에 관해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전동화된 차량은 기술 발전이 빨라 한두 해 만에 한물 간 차 취급을 받을 수 있어 차를 자주 바꾸지 않는 계층의 타깃은 부적합하다. 또 마니아이거나 차를 자주 바꾸는 이들은 전동화된 차량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쉽게 차를 방출하기도 한다. 오히려 이런 이들에게 전동화된 차량이 적합하다.

한마디로 '제네시스'급 차량 전동화(HEV·PHEV·BEV)가 “지금 상황에 맞는 전략이다”라고 말해 줬다. 조언의 결과인지 이미 계획된 로드맵인지는 몰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제네시스'급 배터리 전기차 출시가 계획됐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1회 충전 3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 전기차로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가 GM '볼트(Bolt)'보다 호평 받고 있지만 차량 수급이 원활한 편은 아니다. 주원인 가운데 하나가 '배터리 수급 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배터리 수급 등 문제로 적시에 현대·기아차만의 독자 로드맵으로 가는 데 점검과 수정 등 혁신해야 할 때가 왔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잘 구분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전고상 이차전지' '메탈(징크·리튬 등) 에어 이차전지' '플렉시블 전지' '리튬 금속 이차전지' '리튬 커패시터' '1분 만에 충전되는 슈퍼 전지' 등이 미래 이차전지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국가 연구개발(R&D) 과제에 선정됐다고 해서 그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같은 기술은 현대·기아차가 존속하는 동안 양산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잘못된 '로드맵'이라는 말이다. 여전히 배터리의 현재와 미래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이며, 이와 경쟁할 수 있는 신형 이차전지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나올 가능성도 극히 낮다. 오히려 리튬이온 전지를 선택해서 이에 집중, 배터리 수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할 때다.

테슬라만 하더라도 배터리 수급을 파나소닉과의 조인트 벤처 형태로 시작했다. 이들은 내재화 상징인 '기가 팩토리'를 열기 전에 소량 판매로도 존재감을 드러낼 '로드스터', 'S'와 'X'로 가다가 배터리 수급 로드맵에 자신이 붙어 가속되는 시기에 '모델3'와 '세미', 'Y'와 '픽업트럭'을 발표했다. 중국 전기차 제작사들도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내재화 키를 쥐고 있는 회사가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내재화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차의 역량 한계도 문제지만 배터리 공급사들의 '몽니'가 배터리와 인력 수급 모두에서 이미 심각하다.

배터리 내재화가 어렵다면 '멀티 벤터 수급' 전략을 확장해 중대형 파우치형, 각형과 소형의 원통형 전지까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공용 배터리 플랫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현대·기아차의 구동계 전자화 터닝포인트이다. 늦었다고 볼 수도 있다. 늦었다면 더욱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배터리 쪽은 우수 인재가 많지 않은 편임을 감안해서 끈기 있게 조직의 재구조화와 '현대기아차 배터리 로드맵' 혁신으로 난관을 잘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 chulw.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