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규제 샌드박스와 5G플러스

박지성기자
박지성기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스타트업에 규제 샌드박스로 허용한 규제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보잘것없는 규제”라고 실토했다. 심전도 측정 시계, 가상현실(VR) 놀이기구 트럭, 카카오톡을 이용한 고지서 발송 등 서비스가 규제 샌드박스로 특례를 부여받았다.

대부분 국민 생활이나 생명에 직접 영향이 없는 서비스로, 애플워치 심전도 기능처럼 외국에서는 아무런 문제없이 출시되는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에 발을 내디디기도 어렵다.

막상 출시해 놓고서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나중에 해결해도 충분한 서비스다. 유 장관 말처럼 보잘것없는 것조차 규제로 묶었다. 산업 혁신에도 장애물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가 문제 본질을 알지만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일이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웠다. 한 공무원은 “정책 담당자 입장에서는 섣불리 규제를 없앴다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규제를 유지하고픈 유혹을 받기보다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진전이 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일견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규제 샌드박스는 분명한 진전이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정부 스스로 규제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신사업 활성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내보였다. 샌드박스 적용에 그치지 않고 예산 지원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는 규제샌드박스가 스타트업을 위한 보완책이며,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발빠른 산업 혁신을 위한 규제 개혁의 방향과 지향점을 제시해야 한다. 산업 변화에 발맞춰 규제가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는 유연한 구조도 갖춰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플러스 전략을 공개하며 자율주행차, 디지털헬스케어, 지능형 보안 등 산업을 5G 핵심 전략 사업으로 선정했다. 규제 불확실성만 제거된다면 기업이 스스로 경쟁하면서 육성이 가능한 미래 유망 산업이다.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규제를 갖추고 있다면 얼마나 추진이 잘되겠는가.

모든 규제를 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규제도 변화 속도가 중요하다. 5세대(5G) 이동통신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규제샌드박스'를 넘어선 성찰과 논의가 필요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