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김정식 회장 별세]과기·공학계, "기술·후학 양성에 일생바친 노고 기억나"

[대덕 김정식 회장 별세]과기·공학계, "기술·후학 양성에 일생바친 노고 기억나"

고(故) 김정식 회장의 부음 소식에 과학기술, 공학계는 일제히 아쉬움과 애도의 뜻을 전했다. 기술 발전과 후학 양성을 위해 평생 헌신한 고인의 공훈을 다시금 떠올렸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정말 소탈하지만 기술 육성, 후학 양성을 위한 사회적 활동엔 아낌이 없던 사람”이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한 회장은 “김 회장은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에 많은 기부를 하고 항상 지원이 필요한 분야를 고민했다”면서 “과기, 공학계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 봤을 때도 기술강국 서적 보급 등 장학사업 계획을 밝히면서 정정한 모습을 보여 줬다”면서 “뭐라 할 수 없이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너무나 인자한 분이었다”면서 “우리나라 산업, 과학기술 발전이 고인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김 회장은 단순 기부에 그치지 않고 언제나 큰 그림을 그렸다”면서 “청년 연구자, 공학도 양성을 항상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산업계에서 자수성가 신화를 이룬 대표 인물이자 전자산업을 넘어 공학계 전반에 영향을 끼친 인물이자 큰 별을 잃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고 김 회장은 공대뿐 아니라 인문대 등 다양한 학문 발전을 위해 기부했다.

이재홍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김 회장은 서울대 공대에만 기부하지 않았다”며 “서울대 이외 대학, 다양한 학과에 학생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부를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통 많은 이들이 기부를 하는 것이 알려지기를 원하지만 김 회장은 인정받는데 전혀 관심이 없었던 훌륭한 분”이라고 회상했다.

고 김 회장은 직원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데도 앞장섰다. 이 교수는 “대덕전자가 많은 매출을 내기 전에도 직원 근무환경을 배려해서 기숙사를 만들었다”며 “대덕전자 이직률이 낮은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차국헌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제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며 “작년 9월에 이제 내 나이 90세인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찾아와서 서울대에 500억 기부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차 학장은 “재산 중 상당 부분을 기부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우리나라 교육발전을 위한 본인 의지와 생각이 확고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장례식은 고요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는 평소 지인들에게 알려진 그의 소박한 품성을 반영했다.

조문은 이날 저녁 6시경부터 시작됐다. 빈소 입구에는 '고인의 뜻에 따라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날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삼보컴퓨터 창업주인 이용태 전 회장, 고석태 케이씨 회장, 최동규 케이씨텍 대표 등이 조문했다. 조문객들은 한국 전자산업을 만들어낸 사업계 리더인 그를 추억했다.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은 “1980년 삼보컴퓨터를 처음으로 만들고 대덕전자에서 만든 기판을 사서 조립했는데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됐다”며 “전자업계 초창기에 기판에 대한 기술을 확립해서 한국 전자 공업이 세계적으로 클 수 있도록 큰 기여를 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이름이 '대덕'인 것처럼 이익만 쫓아서 움직이는 기업가보다는 기업 윤리를 아주 잘 지키고 업계에서 존경을 받는 훌륭한 인격자”라고 그를 기억했다.

발인은 15일 오전 8시에 한다. 고인은 경기 용인시 선산에서 영면한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

, 전지연기자 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