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식 회장 뜻 이어 가야 한다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이 11일로 유명을 달리했다. 향년 90세다. 김 회장은 전자산업 산증인이다. 한평생을 전자와 함께했다. 1929년생으로, 서울대 전자통신학과를 거쳐 6·25전쟁 당시 공군에서 복무하다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김 회장이 설립한 대덕전자는 국내 전자 산업 역사로 불려도 과언이 아니다. 1965년 설립해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전자제품 핵심인 인쇄회로기판(PCB) 분야의 한 우물을 고집하면서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시켰다. 흑백TV PCB 부품을 시작으로 컬러TV, PC, 스마트폰까지 영역을 넓혔다. 대덕전자는 지난해 매출 9600억원, 직원 2000여명을 거느린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전자 산업에 보인 애정은 남달랐다. 후학을 기르는 데 한평생을 보냈다. 1991년에는 사재를 들여 해동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해 이공계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고, 2002년에는 대덕복지재단을 세워서 사회 공헌 사업에도 앞장섰다. 최근에는 서울대에 사재 500억원을 쾌척,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2월 서울대에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위한 '인공지능(AI) 센터' 설립에 써 달라며 남다른 혜안을 보여 주기도 했다.

김 회장의 깊은 뜻을 이어 가야 한다. 김 회장의 재단 설립과 사재 출현을 단순한 기부 행위로 넘겨서는 안 된다. 김 회장은 평소에도 대한민국 미래는 전자 산업에 달려 있고, AI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뒤처지면 산업 자체가 위태롭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성공한 사업가가 단순히 그동안 쌓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후학 양성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AI와 같은 분야를 꼭 집어서 사재를 출원할 정도로 탁견이 있었다.

이런 면에서 그는 모두에게 큰 숙제를 남겼다. 김 회장이 보여 준 의지를 제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전자 산업의 큰 별은 졌지만 그가 보여 준 산업을 위한 애정과 관심만은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제조업이 점차 쇠퇴한다지만 김 회장 같은 산업 역군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 전자 산업이 가능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모두가 큰 빚을 진 셈이다. 김 회장이 못다 이룬 꿈은 남아 있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