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에 국내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 서비스를 시작으로 5G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사람 간 통신에 집중한 기존 통신 방식과 달리 5G는 사람과 기계 간 통신을 통해 자율주행으로 차량을 움직이고, 원격의료 기술로 사람을 살리고, 스마트팩토리·스마트시티 구현으로 산업과 생활에 혁신을 가져온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좀처럼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모습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여는 새로운 세상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천문학계에서 주목 받은 프로젝트가 ICT에 의해 열리는 또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바로 역사상 최초로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사상수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이다.
1970년대에 블랙홀 존재가 처음 발견된 이후 많은 천문학자가 블랙홀 관측을 위한 노력을 계속했지만 지구에서 5500만광년 떨어진 블랙홀 모습을 직접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랜 시도 끝에 과학자들은 전파가 가시광선보다 왜곡과 손실이 적은 상태로 지구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통해 초고주파 관측이 가능한 대형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블랙홀 관측을 시도했다.
그리고 2017년에 세계 과학자들이 힘을 합쳐 시작한 EHT 프로젝트는 세계 8대 대형 전파망원경을 동원해 마침내 역사상 첫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고,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블랙홀의 첫 이미지를 최근 공개했다.
블랙홀 모습을 그려내기까지 과정에는 많은 첨단 ICT가 바탕에 깔려 있다. 초고주파 관측 기술과 서로 다른 지점에서 관측한 초대용량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이터 전송 기술, 수집된 데이터를 이어 붙이고 잡음을 제거해서 해석하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까지 ICT와 순수과학 결합으로 우주 너머에 있는 볼 수 없던 것을 보게 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5G 기술로 새로운 세상을 확장할 수 있다면 어떨까. 초고주파 특성을 띠는 5G는 국내에 할당된 28㎓의 주파수 대역을 넘어 해외에서는 40㎓, 60㎓의 초고주파 대역까지 사용하게 될 것이다. 5G 이후 시대에 60㎓ 이상의 주파수 기술이 보편화되면 블랙홀 관측에 사용된 100~210㎓의 초고주파 대역도 활용할 수 있게 돼 이러한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인간과 우주 간 거리는 한층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5G를 활용한 첨단 ICT는 변화를 일궈 내고, 새로운 세상을 연다. ICT 발전에 힘입어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환경오염 등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5G 기술이 지닌 힘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그로 인해 변화되는 미래 세상은 우리 예상을 넘어서 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세상에는 첨단 통신기술로 우리가 찾는 답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어쩌면 우주 저 너머의 고도로 발달된 외계 문명은 이미 우리가 직면한 인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그 방법을 전수하기 위해 5G를 넘어 9G, 10G의 진화된 통신기술로 지구와의 교신을 시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우리의 통신기술 발전을 가속해서 그들과 같은 기술로 소통에 성공하게 되는 날, 고도화된 문명에 있는 해법으로 우리가 직면한 인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구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EHT를 통해 볼 수 없던 블랙홀을 보게 된 것처럼 앞으로의 기술 발전 속도를 미뤄 볼 때 미래에는 5G가 지닌 초능력으로 불가능한 것이 가능하게 되는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세계 최초 5G'를 위해 이토록 열심히 달려온 이유 또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을 하루 빨리 열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 osm@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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