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북미 대화 재개 의향 확인한 문 대통령, 대북 특사→남북정상회담에 속도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양국의 대화 재개 의향을 확인하면서 4차 남북정상회담을 서둘러 추진할 방침이다. 4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북미 간 입장차를 좁히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사전 논의를 위해 대북 특사도 곧 파견한다.

[이슈분석]북미 대화 재개 의향 확인한 문 대통령, 대북 특사→남북정상회담에 속도

14일 청와대와 여권 등에 따르면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은 비핵화 중재의 다음 단계로 대북 특사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

대북 특사로는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기존에 북한과 대화를 진행한 경험이 있고 북측에서 신뢰할 만한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은 지난해 3월과 9월에 각각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특사로 북한을 다녀온 바 있어 대화의 연속성 차원에서 유력하다.

문 대통령은 특사 파견을 통해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는 한편, 북한을 재차 비핵화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고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연말 이후 미뤄진 남북정상회담을 구체화한다.

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 추진 계획을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자신에게 알려달라며 관심을 보였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북미 정상이 톱다운 형식의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는 점도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4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정상 간 대화를 재개하고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는 '새로운 제안'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일괄타결식 '빅딜'로 해결하자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단계적으로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스몰딜'을 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굿 이너프 딜'을 만들어내기 위해 주력한다. 우리 측은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담긴 로드맵을 작성하고 이에 대해 포괄적 합의를 이룬 뒤 단계별로 상응 조치를 교환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남북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으로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 '굿 이너프 딜'이 수용된다면 북미 정상회담도 연쇄적으로 열릴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북미간 비핵화 협상 방식을 두고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스몰딜 수용 여부에 대해 “'더 작은 딜'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빅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몰딜'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아직까지는 '빅딜' 성사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외교통일분야 한 전문가는 “우리 정부의 '굿 이너프 딜' 제안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낫 굿 이너프 딜'이라는 답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빅딜' '노(No) 재제 완화' '노 조기 수확'을 언급한 만큼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이견을 좁히는 데 굉장히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