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여건이 되는 대로 장소나 형식과 상관없이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북회담 준비를 위한 대북 특사 파견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15일 오후 청와대에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면서 “북한의 여건이 되는 대로 장소나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줌에 따라 다음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대화 관련 첫 입장 표명이다.
문 대통령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된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안팎으로 거듭 천명했다”면서 “북·미 대화 재개와 제3차 북·미 정상회담 의사도 밝혔다”며 김 위원장의 시정 연설을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또 한 번의 남북 정상회담이 더 큰 기회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12일 김 위원장이 시정 연설에서 문 대통령의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역할에 불만을 표했음에도 지금과 같은 역할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일촉즉발의 대결 상황에서 대화 국면으로 대전환을 이루고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까지 하는 상황에서 남·북·미가 흔들림 없는 대화 의지로 함께 지혜를 모은다면 앞으로 넘어서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필요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한 '동맹 간 긴밀한 전략적 대화 자리'였다고 평했다. 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제기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북·미 대화 동력도 되살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성과 없는 노딜 회담'이라고 꼬집었지만 북·미 정상이 3차 회담 개최 의사를 밝힌 만큼 우리의 중재 역할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특사 파견이 기정사실화됐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특사단 규모 등은 나오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 파견 방침 자체는 사실상 굳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 순방 일정(16~23일) 등과 겹치면서 시점은 다소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공개로 다녀올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