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기술 기반의 5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을 개발했다. 지난해 10월 7㎚ EUV 공정 개발에 이어 또 한 번 반도체 공정 미세화를 달성했다. 삼성은 이달 중 7㎚ 제품을 출하하고, 올해 안 양산을 목표로 6㎚ 제품 설계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이 파운드리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EUV를 활용한 5㎚ 파운드리 공정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신공정을 활용하면 기존 7㎚ 대비 로직 면적을 25% 줄일 수 있다. 크기는 줄지만 전력 효율과 성능은 각각 20%, 10% 향상된다.
삼성전자가 5㎚ 공정을 완성한 건 지난해 10월 7㎚ 공정 발표 후 6개월 만이다. 통상 반도체는 미세화가 될수록 작은 크기에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반도체에서 미세 공정 기술이 중요한 이유다.
삼성은 7㎚에 이은 5㎚ 공정 확보로 파운드리 사업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에서 5㎚ 기술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현재 대만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 업체에서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 주는 사업이다. 연간 70조원으로 추정되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1위, 삼성전자가 2위다. 그러나 TSMC 점유율은 50%, 삼성은 15%로 격차가 상당하다.
삼성은 초미세 공정을 앞세워 판도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새로운 노광 기술인 EUV를 적극 도입, 10㎚ 이하 초미세 공정을 확보하고 고객사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EUV는 대당 가격이 1500억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다.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으면 구매조차 어렵다. 또 EUV가 아니라 하더라도 10㎚ 이하 미세 공정 기술 개발은 쉽지 않다. 파운드리 전문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가 7나노 공정 기술을 포기한 배경이다.
삼성은 초미세 공정을 통해 선두를 추격하면서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벌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초미세 전략 성과가 올해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첫 7㎚ EUV 공정에서 만들어진 반도체를 이달부터 출하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 연내 6㎚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형 고객과 6㎚ 제품 생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제품 설계가 완료돼 올해 하반기에 양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파운드리 강화로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사업 구조를 균형 있게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IBS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 지난해 매출 99억달러(약 11조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 전체 반도체 매출(86조원)의 13%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에 TSMC는 파운드리로만 337억달러(38조원)를 거뒀다.

배영창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EUV 기반 최첨단 공정은 성능과 IP 등에서 강점이 다양해 5세대(5G) 스마트폰, 인공지능(AI), 전장 등 신규 응용처 중심으로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면서 “향후에도 첨단 공정 솔루션으로 미래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 사업 강화뿐만 아니라 국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초미세 공정 생산 기술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공정 설계 키트(PDK), 설계 방법론(DM), 자동화 설계 툴(EDA) 등 디자인 인프라를 제공해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 S3 라인에서 EUV 기반 최첨단 공정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건설하고 있는 화성캠퍼스 EUV 전용 라인을 2020년부터 본격 가동해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대응할 계획이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용어설명> 극자외선(EUV)=반도체 공정이 10나노미터(㎚) 이하로 접어들면서 불화아르곤 광원을 대체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 EUV는 파장 길이가 불화아르곤의 14분의 1 미만에 불과해 세밀한 반도체 회로 패턴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복잡한 멀티 패터닝 공정을 줄일 수 있어 반도체의 고성능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