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들이다. 한 끼 식사로 수십억을 쓰다니. 작년에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인 워런 버핏과 점심을 먹기 위해 쓴 돈이 35억5000만원. 세계 제일의 투자가로부터 조언을 듣자고 돈을 이렇게 막 쓴다. 자본주의 유희이자 '향락의 끝판왕'이다. '그들만의 돈 잔치'에 위화감을 느낀다.
버핏은 평소 맥도널드 조식을 즐긴다고 알려졌다. 매일 아침 아내에게 2.61달러, 2.95달러, 3. 17달러짜리 중 하나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한다. 전날 주식 수익이 좋으면 3.17달러짜리 메뉴를 즐긴다. 가끔 20달러짜리 스테이크를 먹기도 한다. 90조원대 자산가면 매일 호텔에서 조식을 해야지 맥도널드 조식이라니. 부자가 돈을 써야 없는 사람도 먹고 살 게 아닌가.
2000년부터 시작된 점심 경매는 매년 경쟁이 치열하다. 2000년 당시 첫 경매가가 2000만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오름세다. 점심은 뉴욕 맨해튼 스미스&월런스키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먹는다. 점심값은 식당 주인이 낸다. 워런 버핏과 점심 이벤트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평범했던 식당은 단번에 유명해졌다. '버핏과 점심 경매'는 식당 브랜드 인지도에 기여한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점심값을 지불한 고객에겐 무슨 이득이 생겼을까.
'투자의 달인'인 버핏이 고객에게 해 줄 조언이 궁금하다. 그런데 점심식사 중 절대 물어봐서는 안 될 질문이 있다. '앞으로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대상'과 '언제 주식을 사고팔지'를 물어 봐선 안 된다는 게다. 가장 중요한 핵심 질문을 뺀 대화가 한 끼에 30억원이 넘는다니 억장이 무너진다.
버핏이 고객에게 했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진실성을 가지고 접근하라' '거절하는 것과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에 익숙해져라' '사랑하는 것을 해라' '10년을 보유하지 못할 주식이라면 10분도 보유하지 말라' 등이다. 30억원 내고 이런 얘기를 듣는다고? 아버지, 어머니가 귀 따갑게 하신 말씀과 뭐가 다른가. 자수성가한 지인 사업가에게도 이런 얘기는 공짜로 들을 수 있다. TV '성공시대' 주인공도 비슷한 말을 한다.
한 중국인 기업가는 버핏과 점심 먹은 고객이라고 알려진 후 기업주식이 25% 뛰었다. 펀드 운용가 가이 스파이어는 버핏과 점심식사 후 낸 책을 출판했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테스 웨슬러라는 펀드매니저는 2011년, 2012년 연속으로 점심을 먹은 후 버크셔해서웨이에 취업했다. 2015년에 또 다른 중국인 기업가는 버핏의 지혜를 산 대가로 투자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그들이 알고 싶은 건 투자법이 아니라 버핏의 생각이다. 미래와 시장을 보는 안목. 투자에 왕도는 없다. 수능에서 1등한 학생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버핏도 교과서식 투자로 돈 번 사람이다.
네브라스카주 도시 외곽에서 7억원짜리 집에 60년째 살고 있다. 운전기사도 없다. 워런 버핏의 수십억원 점심값은 전액 글래이즈 자선재단에 기부된다. 사별한 아내가 생전에 활동했던 재단이다. 이 재단은 빈민, 약물 중독자, 무주택자 등을 돌보는 갱생사업을 펼친다. 글래이즈 재단에 기부한 총액은 지금까지 300억원이 넘었다. 스미스&월런스키 식당도 이 재단에 매해 최소 1만달러를 기부한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한 끼, 좋은 자본가의 복지 순환 이벤트는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자본주의적 발상이다.박선경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