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민간 첫 'LNG 수송선' 이달 출항…美 셰일가스 확보

SK E&S가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LNG 수송선을 확보하고 가스 구매선 다변화에 나선다. 이 업체는 생산-운송-공급에 이르는 가스 밸류체인 전체를 아우르는 사업구조를 완성했다.

SK E&S(대표 유정준)는 17일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치고 시운전 중인 LNG 수송선을 공개했다.

시운전에 나선 선박은 1호선 '프리즘 어질리티'와 2호선 '프리즘 브릴리언스' 두 척이다. 이달 26일 명명식을 가진 후 본격 출항 예정이다.

현재 한국 국적 LNG 수송선은 총 27척이다. 모두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하는 LNG를 운반한다. 민간 업체가 LNG 수송선을 띄우는 것은 SK E&S가 처음이다.

SK E&S 관계자는 “이번 선박은 민간 기업이 직수입할 LNG를 운반하는 국내 최초 LNG 수송선이라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명명식을 앞두고 있는 SK E&S LNG 수송선.
26일 명명식을 앞두고 있는 SK E&S LNG 수송선.

선박은 2016년 5월 SK해운과 용선계약을 시작으로 3년의 건조 과정을 거쳤다. 2020년 상반기부터 미국 멕시코만에 위치한 프리포트 LNG 액화터미널을 통해 미국산 셰일가스를 운송할 예정이다. 두 척은 미국 프리포트와 계약한 물량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연간 100만톤 LNG를 실어나르게 된다.

두 척의 LNG 선박은 길이 299미터, 폭은 48미터다. 디젤이나 벙커C유 대신 천연가스를 주 연료로 사용한다. 한 번에 LNG 약 7만5000톤을 싣고 19.5노트(시속 36km) 속도로 운항할 수 있다. 선체에 직접 단열자재를 설치하고 탱크를 만드는 형태로 같은 크기의 다른 선박보다 더 많은 LNG를 운송할 수 있다.

선체 특성상 바람 영향을 최소화해 운항 성능도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최신 화물창 기술을 적용해 LNG 기화율(손실율)을 하루 0.085%로 최소화했다. 스마트쉽 솔루션을 적용해 육상에서도 운항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SK E&S, 민간 첫 'LNG 수송선' 이달 출항…美 셰일가스 확보

SK E&S 측은 수송선 확보로 LNG 밸류체인(가치사슬)의 소비에서 공급까지 모든 단계를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가스산업은 가스를 개발·생산하는 '업스트림' 단계, 가스를 액화해 운송·기화하는 '미드스트림' 단계, 발전소 등 최종 사용처에 공급하는 '다운스트림' 단계로 구성된다. SK E&S는 모든 단계에 모두 참여하게 됐다.

SK E&S는 업스트림 분야에서 2005년 인도네시아 탕구 천연가스 장기 공급계약 체결, 2012년 호주 깔디타-바로사 가스전 투자, 2014년 미국 우드포드 가스전 사업에 투자했다. 또 다운스트림 분야에서는 2006년 가동을 시작한 광양천연가스발전소를 비롯해 파주천연가스발전소, 하남열병합발전소, 위례열병합발전소까지 전국에 4개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미국산 셰일가스를 실어나를 LNG선을 건조하면서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편중했던 천연가스 수입선을 다변화하게 됐다. 주수입처인 중동·동남아 국가는 정치·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데다 도착지 제한규정 등 불공정약관이 많아 가격 불안정성에 어려움이 많았다. 미국산 LNG는 구매자에게 불리한 불공정 계약관행이 없고, 특히 유가에 연동되지 않아 고유가에도 가격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

국내 조선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SK E&S가 선박을 발주한 2016년 당시 조선업계 신규 발주가 전세계 7척에 그칠 정도로 불황이었다. 최근에는 전세계 LNG 수요 확대와 환경규제 강화로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조선업계가 살아나는 상황이다.

박형일 SK E&S LNG사업부문장은 “이번 LNG선 건조를 통해 경쟁력 있는 미국산 셰일가스를 국내로 도입함으로써 에너지 안보에도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