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퀄컴이 2년 동안 지속한 30조원대 특허 소송에 전격 합의했다. 애플과 퀄컴이 합의한 당일 인텔은 5세대(5G) 모뎀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애플과 퀄컴은 16일(현지시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소송을 상호 철회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이들 두 회사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이 9명으로 배심원단을 구성하고 공개 변론을 시작한 직후 전격 합의했다.
애플과 퀄컴은 6년짜리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했다. 이달 1일자로 소급 적용되는 계약에는 2년 연장 옵션과 칩셋 공급 협약 등이 담겼다. 5G 아이폰 모뎀칩 공급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보다 앞서 애플은 퀄컴에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과도한 로열티를 받아 간다”며 270억달러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맞서 퀄컴도 로열티 지급 계약을 위반한 애플에 150억달러를 배상하라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애플과 퀄컴의 전격 합의는 5G 스마트폰 상용화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합의에 따라 퀄컴 5G 모뎀칩의 애플 공급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체 칩으로 5G 스마트폰을 선보인 삼성전자, 화웨이와 달리 애플은 1년 이상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텔이 5G 모뎀칩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5G 아이폰 공급 차질 우려가 제기됐다. 애플이 연내 5G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조차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CNBC는 5G 아이폰 생산을 앞두고 애플이 5G 모뎀칩 공급 차질을 우려해 백기를 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퀄컴 역시 5G 모뎀칩을 대량으로 판매할 수요처로 애플을 확보해야 했다.
애플은 2016년 아이폰 일부 기종에 인텔 모뎀칩을 채택한 이후 퀄컴칩 특허 사용료 지급을 중지했고, 2018년 퀄컴칩 제품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퀄컴이 5G칩을 출시한 데다 이날 합의로 애플은 5G 아이폰에 인텔이 아닌 퀄컴 모뎀칩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2020년 5G 아이폰 출시를 위해 애플에 공급할 5G 모뎀칩을 개발해 온 인텔은 애플과 퀄컴의 합의 소식 이후 돌연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애플과 퀄컴이 합의하자 투자 대비 사업성 하락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기존 4G 스마트폰 모뎀에 대한 현재 계약은 계속 이행하겠지만 2020년에 출시할 예정으로 있던 제품을 포함해 스마트폰 5G 모뎀 제품은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이라는 고객을 잃은 인텔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과 퀄컴 간 세기의 특허 소송이 합의로 일단락됨에 따라 글로벌 5G 모뎀칩(삼성전자·퀄컴·화웨이)과 5G 스마트폰(삼성전자·화웨이·애플) 시장 구도는 한국, 중국, 미국 3강 구도가 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양사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퀄컴 주가는 23%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애플 주가는 0.01% 상승하는 보합세로 마감됐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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