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기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혁신적 모델을 제시한 인물이나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도 게임체인저를 자처하는 업체가 많다. 수많은 e커머스 업체가 상품과 가격, 신기술 융합 서비스로 단숨에 시장 주도권을 거머쥐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체리피커'가 즐비한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좀처럼 늘지 않는 거래액과 매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영업 손실에 고전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쿠팡은 지난해 무려 1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직매입 서비스 '로켓배송'을 선보인 이후 단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현재까지 누적 적자는 3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경제 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모델이다.
e커머스 업계는 초기 시장에서 특가와 쿠폰으로 경쟁했다. 그러나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운 배송 차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물류와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강행했다. 고객 경험과 서비스 경쟁력이 가격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투자 결과는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매출은 2014년 대비 무려 13배 성장한 4조원대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만 총 30억달러 투자를 유치하는 등 든든한 후방 지원군도 확보했다.
쿠팡은 최저가 경쟁 구도가 고착화되던 시장에 배송 속도와 품질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끌어들이며 흐름을 뒤집었다. e커머스 소비자는 이제 가격과 더불어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을 핵심 구매 요소로 꼽고 있다 수많은 업체가 쿠팡을 따라 물류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를 낸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전례 없는 적자를 거듭한 쿠팡의 시장 생존 여부에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e커머스를 대표하는 게임체인저인 미국의 '아마존'도 1994년 창업 이후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최근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면서 앞으로도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단기 수익보다는 중장기 성장 토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쿠팡의 도전이 향후 진정한 '게임체인저'로 공인받길 기대해 본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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