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63>적절한 성과지표의 중요성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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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구루였던 피터 드러커는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수많은 격언을 남겼다. 그가 남긴 격언 중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직원을 평가하거나 회사가 지금 적절한 속도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존 기업은 다양한 성과 내지 평가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잘못된 성과지표로 커다란 낭패를 보기도 한다.

한때 은행에 재직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신용카드 하나만 만들어 달라는 권유를 받을 때가 있었다. 이때 카드 가입을 권유하면서 흔히 하는 말 중 하나가 '카드는 발급만 하면 되고 굳이 사용할 필요도 없고, 한두달 지난 뒤에 그냥 해지신청 해도 된다'는 것이다.

해당 은행 직원이 이러한 영업 행태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성과평가지표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신용카드 제작 비용, 신용 및 재무 상태를 확인하는 비용, 카드 배송 비용 등 다양한 비용이 유발된다. 이러한 비용을 투여해 발급된 신용카드가 한번도 사용되지 않고 한두달 뒤에 폐기된다면 결국 해당 은행은 손해를 볼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을 해당 은행 직원은 정작 회사의 손실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영업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 직원이 이 같은 영업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그들의 성과평가지표가 고객 신용카드 사용액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신용카드 발급 개수로만 측정되기 때문이다. 즉, 잘못된 성과지표로 인해 불거진 현상이다.

올바른 지표 적용으로 큰 성과를 거둔 사례도 많다.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이 대표적이다. 빌리 빈은 16년의 단장 재직 기간 동안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놀라운 업적을 남긴 단장이다. 그가 단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오클랜드 선수 연봉 총액은 8340만달러로, 전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5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승률은 전체 1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2000∼2003년에는 4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2002년엔 메이저리그 최다승(103승)을 거뒀다. 빌리 빈 단장이 적은 연봉의 선수들로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은 남다른 지표 활용 방식에 있었다.

여타 야구단에서 선수를 평가하거나 영입하는 기준은 일차적으로 타율이었다. 빌리 빈 단장은 타자를 평가하고 영입하는 기준을 출루율에 뒀다. 열악한 구단의 상황과 실질적으로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요인을 함께 고려할 때, 출루율이 보다 적합한 기준이라 판단한 것이다. 안타를 잘 치는 선수는 그만큼 높은 연봉을 줘야 영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1루에 나가는 방법은 반드시 안타를 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볼넷 역시 1루까지 나갈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빌리 빈 단장은 이점에 주목했고, 타율 대신 안타를 치던 볼넷으로 걸어나가던 1루에 더 많이 나가는 선수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출루율을 중시했다. 당시 많은 구단이 선수들의 타율만을 중시하고 출루율을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율보다 출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선수들은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었다. 그래서 빌리 빈 단장은 볼넷을 많이 고를 줄 아는 선수를 싼 값에 영입해 구단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이는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평가지표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도 이같은 변화가 유발되는 것이다.

지금 본인이 창업 이후 회사를 적절히 운영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싶다면, 주변인에게 충고를 듣기보다는 회사 상황을 적절히 점검할 수 있는 평가지표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정호 KDI전문연구원 aijen@kdi.re.kr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