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차세대 지능형교통정보(C-ITS)' 표준으로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을 최종 선택했다. 이에 따라 유럽은 DSRC 방식 '차량·사물간통신(V2X)'을 구축해 2050년까지 교통사고 발생률 0%를 목표로 하는 '비전 제로(Vision Zero)'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EU의 이번 결정은 V2X 표준으로 두고 DSRC와 셀룰러 진영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DSRC 방식 C-ITS' 표준 지정을 위한 입법안에 대해 원안대로 가결시켰다. 2021년 7월 이후에는 EU 내 모든 차량은 DSRC 방식의 통신장비를 탑재해야 한다.
당초 유럽 집행위원회(EC·European Commission)는 지난달 DSRC를 중심으로 C-ITS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법안을 올렸다. 하지만 이달 초 EU입법부 교통 위원회(Transport Committee of European Union)가 EC 입법안을 부결시키면서 EU에서 표결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EU가 이번 표결에서 원안을 가결시킨 것은 C-ITS를 하루 빨리 도입해서 사고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주요 통신 칩 제조사 'NXP'를 중심으로 DSRC 방식 확산을 위해 오랜 기간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현재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토요타 등도 DSRC 방식으로 V2X를 준비하고 있다. 셀룰러 방식의 C-V2X의 경우 최근 LTE, 5G 통신 등의 등장으로 장점이 많이 있지만, 기술표준, 칩 생산 등이 이뤄지지 않아, 안정성이 검정되지 않았다. 때문에 EU 측은 DSRC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올레타 블루크 EU집행부 교통부 장관은 “DSRC는 입증된 기술이고, 당장 구현하기 쉽고 저렴해서 모든 사람에게 적당하다”면서 “반면에 C-V2X의 경우 기술 검증부터 상용화까지 3~4년 기다려야 하는데, 그 사이 누군가가 교통사고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DSRC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V2X 표준을 DSRC로 정하면서 국내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2017년 말 'V2X 추진협의회'를 꾸려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5G포럼, ITS코리아, 한국도로공사, 전자부품연구원(KETI)이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DSRC와 C-V2X가 기술 표준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자동차 업계는 DSRC를 선호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 업계는 C-V2X를 밀고 있다.
DSRC의 경우 국토부가 오랫동안 지능형 교통체계(ITS) 사업을 추진하면서 택한 통신 방식이다. 2012년 5.9㎓ 주파수 대역의 웨이브로 표준화를 진행했고, 일부 거점 도로와 자율주행 실증도시인 K시티에 인프라를 구축했다. C-V2X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가 5G 플러스 전략 사업을 발표하고 이통사들의 5G 통신망 구축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V2X 표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아직 C-V2X에 대한 국제 표준이 정해지지 않았고, 기술 검증이 부족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현대차는 2021년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 신형에 DSRC 방식의 V2X 기능을 탑재한다.
신형 G90은 V2X를 이용해 다양한 커넥티드 서비스, 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한다. 현대차는 앞선 데이터 확보를 위해 이미 검증이 어느 정도 이뤄진 DSRC 방식의 차량 통신을 우선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V2X는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검증된 기술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국내도 비슷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C-V2X 만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향후 기술 검증이 이뤄진 다음 국내 환경에 맞게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