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취임 후 대기업과의 동반성장론이 힘을 받고 있다. 박 장관이 상생과 공존을 강조하면서 중소기업 스타트업 정책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대기업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박 장관은 22일 전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 수장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이날 행사에는 혁신센터 전담 대기업 관계자도 총출동한다. 대기업 참여를 자율에 맡긴 홍종학 전임 장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박 장관은 이날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다. 전국 19곳 혁신센터장을 포함해 전담 대기업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는다. 삼성전자, 카카오 등 14개 대기업이 참가한다.
중기부 장관 주재로 혁신센터와 전담 대기업이 한곳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부 혁신센터장이 전담 대기업을 부르도록 건의, 박 장관이 수락하면서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센터는 대기업과 소원해진 관계를 다잡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혁신센터장은 “대기업이 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스타트업 성장에는 큰 힘이 된다”면서 “대기업이 지금보다는 좀 더 책임감을 느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센터 지원과 관련된 분명한 메시지가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센터는 2017년 내내 존폐를 걱정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어졌다는 꼬리표 탓이다. 전담 대기업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지원 예산을 삭감하거나 혁신센터 상주 인력을 줄이는 곳이 상당수였다.
홍 전 장관이 혁신센터 살리기에 나섰지만 식어버린 관심을 되돌리진 못했다. 혁신센터를 지역 창업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기업에는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지 않았다. 참여 결정을 전담 대기업 자율에 맡겼다.
혁신센터와 대기업 간 일대일 구조를 일대다 매칭 방식으로 바꾼 것도 둘 사이 결속력을 약화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혁신센터 주도로 대기업과 만남이 성사됐다”면서 “구체적 정책이 발표되진 않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보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1일 충남 당진의 한 전통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지역상인·이마트 노브랜드와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에도 소상공인과 대기업 간 상생을 촉구했다. 유통 대기업과 전통시장이 상생하는 협력 모델 확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16일에는 경기도 시흥 소재 금속판재가공업체 비와이인더스트리를 찾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스마트공장 분야에서 상생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김상훈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는 “구글이 인공지능(AI) 강자가 된 것은 딥마인드를 인수했기 때문”이라면서 “대기업 자원과 중소·벤처기업 혁신성이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생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도 혁신센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 주최로 24일 국회에서 행사가 열린다. 혁신센터 중심으로 지역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해 보자는 취지다. 이날도 혁신센터장 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위성곤의원실 관계자는 “지역 창업 생태계 발전 방안에 대한 혁신센터의 의견을 듣기 위해 기획했다”면서 “유의미한 발표 내용은 정책에 반영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